Friday, January 16, 2009

한국인은 지금의 미국을 놓고 크게 웃을 자격 있다





‘3차 기후변화포럼’참석차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제프리 삭스 미(美) 컬럼비아대 교수.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동영상 chosun.com


[Cover Story] '세계적 경제석학' 제프리 삭스 교수 단독 인터뷰

"미국, 11년전 한국엔 고금리정책 강요해놓고 지금은 저금리정책 펴…


"지금 미국 정부는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 강요했던 고금리 정책 등과는 정반대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인은 지금의 미국을 놓고 크게 웃을 자격이 있죠."

세계적인 경제 석학(碩學) 제프리 삭스(Sachs·55)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 11일 Weekly BIZ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삭스 교수는 "이번에 한국 경제가 겪을 시련은 11년 전보다는 훨씬 덜 가혹할 것"이라며 "이 위기가 한국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 장기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3국의 긴밀한 경제 협력'을 강하게 추천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은 외환보유액, 무역흑자, 투자기회 등이 넘쳐나는 지역"이라며 "세 나라가 '공동 통화'를 도입하고 밀접하게 경제 협력을 한다면 앞으로 세계경제 질서에서 중요한 축(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해선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의 세계적 경기침체(recession)는 올해 말을 넘어 2010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많은 분야에서 가파른 하강(downturn)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가치의 흐름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어마어마한 재정적자와 통화공급 영향으로 이미 조금씩 달러의 약세가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달러 가치가 조만간 20~25%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삭스 교수는 또 "세계적 신용 경색이 최악의 국면은 넘겼다"고 진단하면서도 "(미국경제의 최대 불안요인 중 하나인) 미국 집값은 아직 더 하락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리먼브러더스를 부도 처리한 것은 매우 치명적 실수였고, (그로 인해) 전 세계 경제를 패닉(공황)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녹색성장 등 경기부양책에 대해선 "(경제 회복을 위한) 좋은 신호(sign)"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경제의 새 방향을 보여주는 새로운 기술과 분야에 대한 명쾌한 비전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연착륙(軟着陸·큰 충격을 동반하지 않는 경기조절)을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미 FTA 비준안의 미국 의회 통과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기에 앞서 "교육과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보여온 한국의 탁월한 경쟁력을 꼭 유지하라"며 "외부에서 한국의 기적을 평가할 때는 바로 '교육·과학·기술'의 상대적 우위가 결정적 토대라는 게 확연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자유주의는 끝난 건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 발전사에서 신자유주의적 시대가 없었던 것처럼, 언제나 경제의 핵심은 시장과 공공 부문의 균형에 놓여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장과 공공 부문의 혼합을 통해 효율과 공평을 추구하는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삭스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국제통화기금)와 미국 정부가 한국에 적용했던 고금리 처방이 한국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한 비판을 가하면서 한국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3차 기후변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기자와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저녁, 그의 숙소인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식사를 겸해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이번 세계 경제위기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빨리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가 끝난 이후에도 미국은 최대 경제국으로 남겠지만 경제 체질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아시아 경제는 전체적으로 강해질 것이고, 역동성과 산업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는 언제 끝날 것으로 예상하나요?

"꽤 걸릴 겁니다. 2009년에는 끝나지 않아요. 가파른 경기 침체(recession)는 올해 말을 넘어 2010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가파른 하강(downturn)을 보일 것입니다. 물론 나라마다 다를 겁니다. 아마 한국에서는 반등(反騰·rebound)이 더 빨리 올 거예요. 그러나 이번 위기의 중심부인 미국에는 올해가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겁니다. 더구나 근본적 변화의 기간은 더 길 거예요. 우리는 산업의 변화, 기술의 변화, 무역구조의 변화 등을 매우 긴 기간에 걸쳐 겪을 겁니다. 특히 거대한 적자를 동반하는 미국의 무역구조 전반이 변해야 합니다. 에너지·식량 그리고 관련 기술도 지속 가능(sustainable)한 쪽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전기(電氣)로의 전환이라는 큰 도전을 겪어야 하는 거죠."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 완화'정책으로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데, 실제로는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달러는 약세를 탈 겁니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달러가 본질적으로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시적 현상이지요. 달러는 요사이 조금씩 약세를 보이고 있고 (약세현상이) 계속 이어질 겁니다. 미국의 어마어마한 재정 적자와 통화 공급, 거대한 무역 적자를 다 감안한다면… 조만간에, 비교적 짧은 기간에 20%, 아니 25%까지 달러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진행형인가요?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집값 수준은 2000년 수준보다 60%쯤 높은 2004년 수준이니까 더 하락할 여지가 있습니다. 미국 집값 하락세는 한참 더 진행될 겁니다."

■"한국은 에티오피아에 태양광발전소 세워라"

―지금 한국의 대통령과 독대(獨對)해서 두 가지 충고를 한다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첫째, 아프리카에 한국 기술로 거대한 태양광발전소를 하나 세워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일부 비용은 한국이 원조하는 형식으로, 일부 비용은 25년 정도에 걸쳐 회수하는 형식으로 말이죠. 빈곤과 싸우고 있는 아프리카를 적극적으로 돕고 저탄소 배출이나 기후 변화 대응에도 동참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느 나라가 적합한가요?

"에티오피아나 말리처럼 매우 가난하고, 타오르는 태양은 넘치지만 에너지는 태부족이고, 육지로 둘러싸여 지리적·정치적으로 에너지 지원을 받기 힘든 나라들을 고르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우선 아프리카 전역에 한국이 개발 원조를 한다는 정치적 이미지를 매우 깊게 남길 수 있는 겁니다. 빈곤이 넘치는 땅 아프리카, 하지만 기회가 넘치는 땅 아프리카에 한국은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훌륭한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또 한국의 '기술 리더십'을 전 세계에 강렬하게 광고하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한국 정부는 또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산업 부양을 할 수 있고…. 극적인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지요."

―또 하나의 충고는?

"한국·중국·일본이 서로 정책 협력과 조정을 강화하세요. 이곳은 여러 모로 '잉여(surplus)의 지역'입니다. 외환보유액과 무역 흑자와 엄청난 투자 수요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중·일 3국이 이를테면 '공동 통화'를 도입해보십시오."

■"한·중·일 '공동 통화' 도입하라"

―3개국 공동 통화(common currency)로 기대할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달러는 더 이상 강력한 국제 통화가 되기 힘듭니다. 달러는 앞으로 오랜 기간 약세를 탈 수밖에 없어요. 전통적으로 달러가 급변하면 원과 엔과 위안 사이에선 통화 압력으로, 동아시아의 마찰과 알력으로, 많은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나타났어요. 따라서 아시아는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겁니다. '무제한의 통화 스와프'를 3국 간에 맺는 것도 필요합니다. 통화·금융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걷어내고 각국이 확장정책을 추진하려면 특히 필요하지요. 3국이 서로 투자와 기술도 협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탄소 패러다임의 등장은 매우 중요한 에너지 기술 협력의 계기가 될 겁니다."

―3개국 공동 통화는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싸움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인데….

"(각 나라의) 내부자(內部者)라면 역사적 장벽, 신뢰 부족, 정치적 문제 같은 장애물이 보이겠지요. 하지만 국외자 관점에서는 '그래도 그 굴레를 벗어던져라'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이런 정책 협력이 경제적 성공과 번영에 너무나 소중한데 도대체 왜 안 될까 하는 겁니다. 몇 세기나 전쟁을 하고 역사적 응어리가 많은 유럽이 저렇게 EU를 만들 정도로 가깝게 협력하고 뭉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한·중·일도 바로 이 경기 침체 때문에, 각국이 느끼는 통화 부담 때문에 3국 경제가 협조할 최적의 계기를 맞았다고 봅니다. 3국이 밀접하게 경제 협력을 한다면 앞으로 세계 경제 질서에서 중요한 축(軸)이 될 것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 11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의 입에서

는 2시간 내내‘받아 적으면 그대로 신문 기사가 될 듯한 명쾌한 문장’들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한국 경제의 시련은 1997년 외환위기에 비해 더 가혹할까요, 덜 가혹할까요?

"훨씬 덜 가혹할 겁니다. 우선 미국과 IMF가 11년 전에 했던 '엉터리 충고'가 이제는 없다는 게 호재이지요. 19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미국 정부와 IMF는 한국에 '세금 더 걷고, 금리 올리고, 은행 문 닫으라'고 했는데 정작 미국에 금융위기가 오니까 미국 정부는 11년 전 한국에 강요했던 정책과 정확히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지요. 적어도 한국인은 지금의 미국을 놓고 '제발 앞으로는 충고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번 해보라'고 하면서 크게 웃을 자격이 있죠."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때보다 나을 것이란 다른 근거는 뭔가요?

"이번에는 아시아 경제가 상대적으로 11년 전보다 강력하게 남아 있을 겁니다. 또 11년 전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바닥났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지역적 금융통화 협력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고요. 또한 한국 정부는 다가오는 도전의 맥을 정확히 짚었어요. 한국은 옳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린 뉴딜'이라는 녹색 투자는 매우 좋은 방향입니다. 재생에너지, 리튬 배터리, 태양에너지, 원자력 발전처럼 미래가 밝은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세계적 신용 경색은 지금 어떤 단계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고 봅니다. 우리는 '패닉의 동굴'은 뚫고 나온 것 같아요. 패닉에 대응한 대대적 유동성 확장이 '연쇄적 부실'을 막아냈다고 봐요. 저는 전체적으로 지난 해 9월 15일 이후에는 중앙은행들에 매우 좋은 학점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미국 FRB가 지난해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를 부도 처리한 것은 매우 치명적 실수였고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고 봅니다."

―현 시점에서 미국은 재정 지출과 감세 중 어느 쪽이 더 경기 부양에 효과적입니까?

"저는 재정 지출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감세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재정 적자, 재정 위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가계나 기업들이 '어차피 지금은 세금을 깎아주는 척해도 정부는 곧 세금을 더 걷어 갈거야'라고 걱정하고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또 실제로도 감세가 지속되기 힘든 구도입니다. 재정 적자가 1조달러에 달하니까요. 다들 두 눈으로 똑똑히 그걸 보고 그걸 알고 있으므로 감세는 큰 효과를 내기 힘듭니다. 반면 지출은 지속 가능하지요. 지금보다 미래의 정부 지출이 커질 가능성도 높고요. 왜냐하면 미국은 인프라, 교육, 의료, 사회 보장, 빈민 구제 등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분야들이 태부족한 상태니까요."

―한국에서도 '감세냐. 재정 지출이냐'의 논쟁이 있는데, 어떻게 충고하겠습니까?

"앞으로 5년쯤 이후에 한국 정부의 지출이 늘어날 건가요, 줄어들 건가요? 한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커져야 한다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게 좋습니다. 감세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만약 작은 정부가 될 전망이라면 감세를 권하겠어요."

■"보호무역 막기 위해 '동작 그만' 하자"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요….


"보호무역은 실존하는 리스크입니다. 물론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보호무역의 폐해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대다수의 대중들이 자유무역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유무역이 불안정을 가져오고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지요. 지도자의 정책이 대중에게 압도당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지금 당장 DDA(도하개발어젠다)에 서명하고 실행에 옮기자고 하는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덜 의욕적인, 덜 야심찬 전략을 짜는 게 낫지요. 일단은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에 맞서기 위해 '동작 그만' 전략을 논의하는 게 낫지요. '일단 더 이상 관세는 올리지 말자, 더 이상 수입 쿼터는 만들지 말자'고 하는 겁니다."

―세계 경제위기 국면에서 한국 경제는 잘하고 있나요?

"한국 정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빨리, 강력하게 잘 대응했어요. 우선 미국 FRB와 그리고 중국·일본과 통화 스와프 라인을 통해 신용위기를 적절하게 뚫어냈어요. 둘째, 한국 정부가 주요 경기 부양책의 시동을 잘 걸었습니다. 지역 협력만 더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면 한국 경제는 활기를 회복할 겁니다.

―한·미 FTA 비준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까요?

"현재의 민주당 상황이나 경제 상황, 자유무역에 대한 일반의 반발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FTA가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아마 상당 기간 유보될 가능성이 높지요. 지금은 자유무역을 향해 전진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도 더 많은 양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마도 경기가 반등하는 시점이 와야 FTA가 다시 관심을 끌 겁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혼재합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대체로 낙관적입니다. 우선 거시적으로 2조달러쯤의 외환보유액이 있지요. 돈이 마를 염려는 없지요? 저축률도 높습니다. 또 매우 넓은 산업 기반이 있습니다. 물론 중국도 현재의 수출 지향 성장을 내수 지향, 기술 지향 성장으로 바꿀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는 거대한 잠재 내수 기반이 있어요.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아직 7억명의 인구가 농촌에 살고 있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30년 동안 도시로 나올 수 있다는 거지요.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 도시 만들고, 도로 만들고, 발전소 만들고, 광대역 통신시설 만들고, 휴대전화 기지 짓고, 집 짓고, 학교 짓고, 병원 짓고…. 그러니까 그런 절대적으로 어마어마한 투자의 여지가 중국에서는 아직 남아 있거든요. 산업 재편, 빈부 격차, 지역 갈등 같은 긴장의 여지도 있지만 중국은 현 개발의 모델을 잘 일궈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성장은 한국 성장 엔진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6%를 밑돌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는데….

"조심스럽게 연착륙을 기대합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나 중국 가계의, 중국 기업의 대차대조표는 매우 건실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중국은 빚의 문제는 없고 수출의 위축일 뿐이죠. 약 6000억달러의 경기 부양책도 점진적으로 실행 중이지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효과적으로만 실행한다면 중국 경기는 다시 반등세를 탈 겁니다. 특히 한·중·일이 더 밀접하게 협력한다면 저는 더 큰 낙관론을 펼 것입니다."

―이 경제위기가 끝나고 나면 세계 경제 질서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미국은 여전히 가장 큰 경제로 남겠지만 심각한 만성 환자일 겁니다. 달러는 약해질 거고요. 아시아는 전체적으로 강해질 겁니다. 중국이 미국보다 빨리 경제 회복세를 보일 겁니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훨씬 더 밀접하게 뭉칠 겁니다.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책 조율이나 협력 면에서도…. 한국은 대단한 역동성과 강력한 기술과 세계적 산업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 위기가 한국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힘내십시오. 난 한국 경제의 팬이자 찬양자(admirer)입니다."

 

공동 통화(common currency)

'공통 통화'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유로'와 같은 공통된 통화를 사용하면서도, 마르크·파운드·리라 등 각국 현지 통화 역시 그대로 겸용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한·중·일 3국에 '공동 통화'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이를테면 '아시안' 같은 이름의 공통 통화를 새로 만들어 사용하면서도 원·위안·엔은 겸용하자는 의미다. 이와 비교되는 '단일 통화(single currency)'란 마르크·파운드·리라 같은 현지 통화는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통화인 유로만 사용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이자, '최고 엘리트 과정을 가장 빠르게 딛고 올라간 경제학자'라는 평판을 듣는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미 하버드대에서 학사(최우등 졸업)와 석·박사를 땄고, 26세(1980년)에 경제학과 조교수가 된 후, 29세(1983년)에 '하버드 역사상 가장 젊은 정교수 중 한 명'으로 임용됐다.

2002년 뉴욕의 컬럼비아대로 영입돼 SIPA (국제·행정대학원) 지속가능개발 교수와 지구연구소(Earth Institute) 소장 등 여러 자리를 겸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 특별고문도 맡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Krugman) 프린스턴대 교수, 로런스 서머스(Summers)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내정자와 함께 미국의 '3대 스타 경제학자'로 꼽힌다.

젊었던 교수 시절에는 경상수지 결정과, 개발경제 하에서의 거시경제정책 효과에 대한 돋보이는 논문을 내놓았다. 1980년대 이후 현실로 뛰어들어 중남미의 외채·인플레이션 해결이나 동구권의 시장경제 전환 등에 활발한 자문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빈곤의 덫에 갇힌 지구촌 가족을 세계가 협력해 일으켜 세우자"며 '빈곤의 종말(그의 2005년 저서 제목)'을 세계에 호소하고 있다.

[장원준 기자 wj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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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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