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anuary 21, 2009

[논술을 돕는 이 한권의 책] 뮤지코필리아







올리버 색스 지음|알마

음악 사랑은 인간의 본성


문자(文字)와 음표(音標)는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세계를 탐닉한다. 언어와 음악은 인간과 세계를 낳고 이루는 창조의 마법들이다.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는 음악과 인간의 관계를 추적한다. 여기서 '뮤지코필리아'란 음악(Music)과 사랑(philia)의 합성어. 음악사랑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을 그대로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음악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중략) 인간들의 이러한 음악적 성향은 유아 때부터 드러나며, 모든 문화권에서 확실히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 음악적 성향의 역사를 뒤쫓다 보면, 십중팔구 인간이라는 종이 처음 나타난 바로 그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될 것이다. 뮤지코필리아는 인간의 본성 속에 처음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글머리에, 7쪽)

저자는 음악과 언어를 놓고 200년 넘게 벌어져 온 논란을 간략히 소개한다. 이를테면, 음악과 언어는 함께 진화했는가? 아니면 따로 진화했는가? 만약 따로 진화했다면 어느 쪽이 먼저 나타났는가? 찰스 다윈은 음악에서 언어가 나왔다고 보며 같은 시대 인물인 허버트 스펜서는 그 반대로 '감정적인 언어의 운율에서 음악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음악과 언어에 관한 주장들은 사실 더욱 다양하다. 음악과 언어가 동시 발생해서 분화했다는 장 자크 루소, 음악은 그저 우연하게 발생했을 뿐이라는 윌리엄 제임스, 음악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과격파' 스티븐 핑커 등.



저자에게 음악은 언어처럼 인간의 본능 그 자체다. 예외는 있지만 모든 인간은 음악, 즉 음색과 음정, 선율 윤곽, 화성, 리듬을 인식할 수 있어서란다. 저자는 이를 막연하게 관념에 기대 번지르르하게 펼치는 대신에 신경 정신과 전문의인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제시한다.

번개를 맞고 갑자기 음악을 사랑하게 된 남자, 태어나면서부터 과도한 음악성을 나타내는 윌리엄스 증후군 아이들, 기억의 범위가 불과 7초 밖에 되지 않지만 음악만은 온전히 기억하는 사람, 음악을 들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등. 이 책에 담긴 갖가지 임상 사례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음악과 뇌, 인간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또한 코 푸는 소리가 '사'음으로 들리는 절대 음감의 소유자, 살아있는 스테레오를 가능케 하는 귀 두 개, 공감각과 음악 등의 대목들을 읽다 보면 음악을 중심으로 인간은 물론 현실과 세계를 좀더 확장된 지평에서 심도 있게 통찰하게 된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어떤 작곡가나 예술가에게 매료되면 몇 달 동안이나 계속 듣는 음악애호가이자, 악보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연주를 할 수 있는 빼어난 음악적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 결과 '뮤지코필리아'는 이래저래 저자만이 쓸 수 있는 책으로 단연 독보적이다.

머리 속에서 음악을 떠올리는 힘이 실제 연주하기와 작곡하기, 글쓰기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서술하는 '뇌 속에서 울리는 음악: 심상과 상상력' 꼭지만 해도 좋은 예. 저자는 자신의 음악적 소양과 지식을 바탕으로 체코 음악가의 오페라는 물론 재즈 그룹 그루니언스의 '슈비 두잉(Shooby Doin)', 바흐의 '반음계 판타지와 푸가(Chromatic Fantasy and Fugue)' 같은 다양한 종류의 음악들을 언급한다. 여기에 신경정신 분야의 최신 논문들, 첨단 연구 방법인 뇌영상 기법(brain-imaging technique) 등 과학적 사고까지 자유롭게 녹여내며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뮤지코필리아'는 음악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가 음악과 뇌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인간에 관한 흥미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즉 음악을 중심으로 언어와 인간에 집중하는 시간은 글을 쓰고 읽는 데 또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색인 찾아보기 등, 저자가 실제로 어떻게 글을 읽고 생각하며 쓰는지에 대해서도 책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언: 요하네스 브람스가 작곡한 헝가리 무곡(Ungarische Tanze) 21곡. 이 가운데 흔히 헷갈리는 1번과 5번을 들어보세요. 두 곡을 정확히 구별하며 떠올릴 수 있다면 일단 성공. 나아가 두 곡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바지런히 글로 옮겨보세요.

[허병두 숭문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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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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