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여가연구센터장
1997년 11월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를 맞아 생활에 대처하는 몇 가지 지혜를 짜 낸 경험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금모으기 운동’과 ‘아나바다 운동’이 있다. 그때는 이름도 생소했던 ‘아나바다 운동(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은 그 이후 우리의 절약모드를 이야기 할 때 대표명사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생활문화 운동의 주역을 이야기 하면 단연 주부들이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부를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나 사회단체들의 물자절약과 나라살리기 운동이 급속도로 진전된 경험을 해 본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와 같이 미국사회에서 주부들이 앞장서서 실천 운동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대대적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가정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에코맘(EcoMom)'에 대한 기사이다.
장바구니 들고 자전거 타고…전세계적 에코맘 열풍
에코맘이란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환경문제에 대해 개인적 관심사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벌이던 환경운동이 점차 지역단위로 상호간에 연대를 맺어 실천력을 강하게 갖기 시작하는 하나의 문화현상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20세기 미국의 환경운동이 법이나 제도 정비 등 거시적 접근으로 시도하였다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은 집에서부터(Saving Earth Begins at Home)'라는 슬로건으로 생활 속 실천운동이 확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에코맘들은 ‘그린앤클링맘’(greenandcleanmom.blogspot.com), ‘에코칙’(ecochick.com) 등의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친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에코맘연대(Ecomom Alliance)'라는 단체는 미국 전역에 걸쳐 9천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회원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구촌에 부는 녹색 열풍은 더 이상 개인적인 선호와 관심 차원이나, 법·제도 바꾸기 등 거시적인 차원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연대하여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을 강조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일본의 경우 생활 속 녹색문화운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전거 이용과 친환경 에코쇼핑백 사용이 있다. 일본은 평균 1.5인당 1대라는 높은 자전거 보유율을 자랑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장인은 출퇴근용으로, 학생들은 통학용으로, 그리고 주부들은 장을 보거나 이동을 할 때 자전거 이용이 보편적이다. 특히 주부들이 이동할 때 용이하도록 가볍고 바구니가 부착되어 생활속에서 유용하게 제작된 자전거는 ‘마미챠리’(엄마를 일컫는 마마와 자전거를 일컫는 챠링코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주부들에게 많이 사용된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주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자전거를 타면서 장을 보러 이동하는 것이다. 앞치마와 자전거가 일본 주부들의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최근 일본에서 ‘에코의식 고조에 따라 뜨는 아이템’으로 선정된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에코 쇼핑백이 있다. 점차 친환경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생활속에서 용이하게 실천할 수 있는 아이템이 각광받으면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는 플라스틱 백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며, 녹색을 기본으로 한 디자인이나 유명브랜드의 패션아이템으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 제로 운동’ 등 자원 절약 생활화
독일에서는 ‘쓰레기 제로운동’이 잘 알려져 있다. 독일 가정의 쓰레기통은 매우 크고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다. 독일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쓰레기를 플라스틱과 종이류, 그리고 음식쓰레기로 분류하는 방법을 배우며, 재활용쓰레기는 그 용도에 맞는 용기에 재료별로 버리고 음식물쓰레기는 퇴비용기에 버려 거름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학교에서도 자원 절약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데 매 학년 초마다 재생지 노트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무상 대여되는 교과서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학생 이름을 쓰는 칸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는 등 생활속 실천교육이 정착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녹색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여러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제불황에 대한 대응으로 ‘절약·축소·건강’ 등 에코리빙(eco-living)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상품 개발이 기업의 새로운 경영 전략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주거공간 트렌드’는 아끼고(실속 소비경향), 줄이고(규모 축소 경향), 맞추는(맞춤 선택 경향) 수요로 집약되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주거 공간 계획을 이에 맞춰 변화시켜야 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또한 친환경 음식용기, 친환경 비료, 천연 살충제, 절전형 인버터 에어컨, 물 절약 레버, 휴대용 젓가락, 자연광 액정 TV, 절전형 램프, 그림 PC, 친환경 가스 스토브, 태양광 충전기, 에코쇼핑백, 재생토너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는 추세이다.
녹색 문화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 개개인의 실천이 서로 연대하여 지역사회 중심으로 확산되고, 가정에서부터 지구를 지키는 습관이 정착되어야 한다. 친환경 제품 소비와 아나바다 운동과 같은 ‘한국형 에코맘 운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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