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27, 2009

꿀벌 실종 사건의 범인은 누구?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로완 제이콥슨 지음|노태복 옮김|에코리브르|334쪽|1만6000원


2006년 가을 미국. 일하러 나갔던 꿀벌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단순 실종이 아니라 한꺼번에 일어난 '군집 붕괴 현상'(CCD)이었다. 양봉업자들과 농부들은 당황했다. 달콤한 꿀을 재료로 쓰는 아이스크림 제조사 하겐다즈도 꿀벌 연구에 25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꿀벌들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꿀벌의 CCD는 흘려넘길 사건이 아니다. 곧장 농업에 타격을 가하고 식량 위기를 부르기 때문이다. 곤충은 1억5000만년 동안 꽃가루를 나르며 식물의 짝짓기를 돕는 배달부였다. 수천 종의 곤충들이 꽃꿀과 꽃가루를 먹고 살았고, 곤충의 일종인 벌은 특별히 그것을 주식으로 삼았다. 세계환경단체인 어스워치(Earth Watch)에 따르면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이 있는데 그 으뜸이 바로 벌이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음식과 환경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구하며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다. 이 책은 꿀벌들이 오늘날 겪고 있는 새로운 압박에 집중한다. 꿀벌 응애(진드기의 일종)·작은벌집딱정벌레·미국 부저병 세균·곰팡이·각종 바이러스·살충제·항생제·영양실조·도시화·세계화·지구온난화…. 꿀벌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의 목록은 이렇게 길다. "살아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에게 저장돼 있는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를 축나게 하는 건 다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질병과 싸우는 일·불편한 여행·위험한 화학물질·불길한 징후에 대한 걱정·부족한 수면과 식사는 모두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면역체계와 생식기관, 손상된 세포를 회복시키는 데 쓸 동력을 낭비하는 셈이다. 저자는 '꿀벌 대량 실종'의 원인을 찾아 나간다. 휴대전화 전자파·유전자 옥수수·병원균·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IAPV)·살충제·항생제 등 범인을 찾는 대목은 추리소설처럼 단숨에 읽힌다.

이 책은 CCD가 더 큰 질병, 즉 화석연료·화학약품·나쁜 생활 방식·지구온난화 등이 함께 만든 질병의 한 증상이라고 결론 내린다. 벌들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와 생태 시스템의 불균형에 주목한 것이다. 딱딱한 전개 방식과 편집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풍부한 과학적 사례들 속에서도 꿀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다.

 

[박돈규 기자 coeu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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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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