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8, 2009

[Why] [이인식의 멋진 과학] 거짓말은 영원하다











거짓말하면 생리적 변화

뇌파 등 이용 탐지기 개발

완벽하게 가려내진 못해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마따나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날마다, 자나깨나, 꿈속에서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우리가 매일 나누는 대화 중에서 3분의 1이 거짓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누구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짓말이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장원에 다녀온 아내를 보고 예쁘다고 빈말의 칭찬을 안 할 만큼 간 큰 남편이 있겠는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단서를 드러낸다. 이를테면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점점 더 자라난다. 빌 클린턴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하면서 평균 4분에 한 번꼴로 코를 만졌다. 클린턴은 거짓말을 지껄일 때 코 속 혈관으로 피가 몰려 간지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코를 문질렀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거나 피노키오와 클린턴의 코처럼 거짓말쟁이는 신체적 반응을 나타낸다는 전제하에 1920년대에 개발된 장치가 거짓말 탐지기로 알려진 폴리그래프(Polygraph)이다. 맥박, 혈압, 호흡 따위의 생리적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 여부를 가려내기 때문에 폴리그래프 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정서 반응에 의존하는 폴리그래프와 달리 인지 과정을 이용하는 방법이 모색되었다. 1959년 미국 미네소타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라이켄은 유죄 지식 검사(Guilty Knowledge Test)를 제안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뇌 안에 범행과 관련된 정보가 저장돼 있을 터이므로 다양한 질문을 던져 유죄의 단서를 찾아내려는 방법이다. 그러나 심문 기법의 본질적 한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뇌 안에서 거짓말과 관련된 생리적 반응을 찾아내려는 연구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미국의 로렌스 파웰은 뇌 지문 감식(brain fingerprinting) 기법을 제안했다. 피검사자의 머리 위에 미세전극이 내장된 장치를 씌우고 범죄 장면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뇌의 반응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뇌는 익숙한 그림이나 글자를 지각할 때 P300이라고 명명된 뇌파가 발생된다. 요컨대 이 뇌파의 존재 유무로 범인 여부를 가려낸다. 1991년 '정신생리학(Psychophysiology)'에 발표됐을 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01년 P300 조사 결과에 의해 살인죄로 종신형을 살던 흑인의 무죄를 주장하여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사용하여 거짓말을 할 때 뇌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00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신의학자 대니얼 랭글벤은 '신경영상(NeuroImage)'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참말과 거짓말을 할 때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2005년 미국 텍사스대 정신의학자 앤드루 코젤은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 10월 15일자에 거짓말 할 때 뇌의 전방대상피질(ACC)이 활성화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떠한 거짓말 탐지기술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참말과 거짓말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거짓말 탐지 기법이 제아무리 발달해도 거짓말쟁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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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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