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4, 2009

[Save Earth Save Us] 서산에도 ‘나비 명소’ 뜬다







[중앙일보 강찬수]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인터체인지에서 서쪽으로 7㎞ 정도 떨어진 충남 서산시 음암면 부산1리 도로변에는 커다란 녹색 바구니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돔형 구조물이 들어서 있다. 나비를 기르면서 관찰하는 나비 생태관이다. 지름 20m, 높이 7m, 바닥 넓이 310여㎡다. 돔 전체가 촘촘한 망으로 덮여 있고 바깥 공기가 드나들게 돼 있다.

돔에는 50여 종의 나비가 각자 좋아하는 식물에 번데기 상태로 매달려 있다. 호랑나비 번데기는 산초나무에, 왕세줄나비는 자두나무에 붙어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홍점알락나비는 팽나무 낙엽에 붙어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에 팽나무 잎이 날 무렵 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이곳이 고향인 이헌용(35)씨는 2007년 여름 '나비아이(www.nabii.com)'라는 이름의 나비 체험학습장을 열었다. 곤충표본과 나비 사진이 걸려 있는 아담한 전시교육관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던 이씨가 나비에 푹 빠진 것은 2001년이다. 그는 “회사 선배가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는 것을 보고 뭔가 나만의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차에 우연히 나비 생태학교에 참여하게 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엔 사업으로만 보였는데 어느 순간 나비에 푹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틈나는 대로 강원도 횡성에 있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찾던 그는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아들 둘과 함께 횡성으로 이사했다. 낮에는 풀을 깎고 밤에는 관찰일지를 쓰면서 곤충을 배웠다.

그는 2005년 서산으로 옮겨 아버지의 고추밭에 생태관을 지었다. 사뒀던 땅도 팔고 모아놓았던 돈도 다 털었지만 부족했다. 주변 공사장 굴착기 기사로 일하며 번 돈을 보탰지만 모자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5억원 넘게 쏟아부었다. 나비 애벌레 먹이가 되는 100종의 나무를 구해다 심었다. 사향제비나비 먹이가 되는 등칡 씨앗을 구하기 위해 오대산을 뒤지기도 했다.

이씨는 지금도 나비를 계속 늘리고 있고 시설도 확장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생태관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5~7월에 30개 팀 1500여 명이 체험학습을 하고 갔다. 이씨는 “아직은 적자지만 인근 천수만 철새관광과 나비 체험학습을 연계하고 천적 곤충 연구시설로 키우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생태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서산시에서 2007년 2000만원을 지원했고 올해도 계속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서산시 농업기술센터 김성태 계장은 “나비아이 생태관을 지역 명소로 키우고, 친환경농업의 성공 사례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잠재력 큰 곤충산업=1999년 시작된 전남 함평 나비곤충엑스포에는 지난해 126만 명이 다녀갔다. 전국 100여 곳의 곤충체험학습장 가운데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7년 문을 연 충남 '부여곤충나라'에는 지난해 3만 명이 다녀갔다. 곤충나라 임태교 원장은 “2010년께면 나름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최영철 곤충산업과장은 “천적곤충, 꽃가루 매개 곤충, 애완·학습곤충 등 국내 곤충산업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원으로 아직 초기 단계지만 2015년에는 3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 엔(약 4조3000억원)이다.

전남 곡성 생물방제센터 오병준 박사는 “우리나라는 일본·중국에 비해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농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화학농약 대신 천적곤충을 활용한다면 관련 농산품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8년 설립된 경북 예천군의 곤충연구소 관계자는 “꽃가루 매개용 벌을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농민들에게 나눠줬는데 이 덕분에 사과 품질이 좋아져 일본 수출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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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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