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현대경제硏 전망
올해 글로벌 경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지만 비관적 요소들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본지가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각 분야에 걸친 경제 변수들을 점검해본 결과 침체 속에서도 경제 회복을 앞당길 수 있게 해줄 희망의 신호들이 적지 않았다. 새해엔 우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량의 12%에 이르는 6조5000억달러(약 8500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경기부양책 효과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녹색 투자 붐, 아프리카라는 신천지 시장의 부상은 세계 경제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국내 변수로는 튼튼한 제조업 경쟁력과 해외에 포진한 한민족 네트워크의 역량, 그리고 수출 다변화 전략 등이 강력한 희망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다.
[국제]
① 사상 최대 경기부양 미국서만 8500억달러 이상 투자
이달 20일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는 8500억~1조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교량·도로·차세대 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도 경기부양에 각각 61조6000억엔(GDP의 11.9%)과 4조위안(16.2%)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을 모두 합하면 전 세계 명목 GDP(54조7000억달러)의 12% 수준에 이를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들이 예정대로 신속하게 진행된다면 경기 회복세가 올 하반기에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② 속도 붙는 정책공조 경기 하강 기간 단축도 좋은 조짐
미국발(發)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각국의 정책 공조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경기 하강 기간이 단축되고 있는 현상은 또 다른 희망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시 다발적인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올해 3월까지 G20회담의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이 결정되면 전 세계적인 정책 공조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기 하강 기간이 1919~1945년 동안에는 18개월이었지만 1945~2001년 사이에는 10개월로 단축되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경제 침체가 단기에 진정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③ 국제 원자재값 하락 무역수지·생산원가 개선에 도움
지난 7월 15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새해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올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평균 가격이 배럴당 71달러로 작년 평균(102달러)보다 3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우리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생산 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채산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④ 녹색산업 투자 바람 美 "청정 에너지원 일자리 500만개"
환경과 경제 성장전략이 조합된 '녹색 투자' 붐이 한국 경제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10년간 1500억달러를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정책을 제시했고, 일본은 태양광 등 21개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그린산업을 육성하는 '쿨 어스(Cool Earth) 50' 비전을 발표했다. 한국으로선 차세대 에너지 개발의 필수적인 기반 기술이 되는 반도체 부문 등 원천기술에서 또 다른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⑤ 신흥 시장 아프리카 가스 등 천연자원에, SOC 수요도 많아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가 세계 경제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세계 석유의 9%, 천연가스의 약 8%를 보유하고 있고, 코발트·다이아몬드·백금은 세계 매장량의 75%, 47%, 45%를 보유할 만큼 천연자원의 보고(寶庫)다. 플랜트·송유관·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수요와 낙후된 유·무선 통신 환경은 한국 기업에 큰 기회다.
[국내]
① 튼튼한 제조업 기반 메모리반도체·휴대전화 세계 1·2위
전 세계 금융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제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주요 잣대로 재등장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위(2007년 기준)이며, 휴대폰(2위)·자동차(5위)·철강(6위) 등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 그리고 제조업+서비스+IT(전자통신) 등의 융합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요인이다.
② 여러 갈래 수출시장 지역·상품 다변화, 불황기의 '뜀틀'로
새해 수출 여건은 좋지 않지만 수출 지역이 미국·일본 편중에서 벗어나 중동·아세안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수출 상품군 역시 반도체·자동차·휴대폰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초절전형 1기가비트(Gb) DDR2 D램, 북해 극지 운항 차세대 드릴선 등 세계 최초·최고 기술력은 불황기에도 한국 제조업이 전 세계를 향해 비상할 수 있는 날개가 되고 있다.
③ 연구개발 투자 확대 GDP 대비 비중 일본 이어 세계 2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3.2%(2007년 기준)로 일본(3.3%·2006년 기준)에 이어 세계 2위다.
R&D 투자 증가로 지난 10년간 특허 출원은 1.8배, 특허 등록은 4.9배 증가했고 기술 수출액 역시 2006년 19억달러를 기록, 2002년(2억달러)보다 약 10배로 성장했다.
정부는 R&D 투자 규모를 2007년 10조8000억원에서 2012년 16조2000억원으로 GDP의 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R&D 투자 확대는 상품 경쟁력을 높여 수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④ 한민족의 국제 역량 180여 나라에서 1만7000여 기업 활동
중국의 초고속 성장 뒤에는 전 세계 170여국에 진출한 6000여만명의 화상(華商)이 있었다. 우리도 1만7000여개의 해외 동포 기업이 활약 중이며, 지난해 10월 말 세계한상대회에 참여한 500여개 해외 동포기업들의 매출액은 한국 GDP의 3.5%(347억달러·2007년 기준)에 이를 만큼 막강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재일교포들이 1조원을 국내로 송금해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준 것처럼 세계 180여개 국가의 한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환율 안정과 국내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⑤ 한국적인 녹색 뉴딜 2012년까지 기후변화 대응에만 5조원
4대 강(江) 살리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한국판 녹색 뉴딜(New Deal) 정책'은 성장을 이끌 새로운 축이 될 전망이다.
2012년까지 녹색 성장 핵심 기술 연구·개발에 5조원을 투입하는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연결하려는 경인운하(2조5000억원 투입)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전략은 2000년대 초반 성장의 주역이었던 IT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아 '환경산업'이 새로운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자리잡게 할 전망이다.
[정혜전 기자 coolj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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