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26, 2009

[사설] “내일 밤,한 시간만 전등을 끕시다”







밤이 너무 밝다. 환한 밤은 편리함을 주는 대신 인간과 동물의 생체 리듬을 깨뜨린다. 닭장에 불을 켜 산란을 유도하는 것이 그렇고, 깻잎의 강제생육을 위해 비닐하우스에 불을 켜는 행위도 그렇다. 모두 불의 과잉이다. 야간 조명은 사람에게도 해롭다. 인체의 숙면 호르몬이자 항암 능력을 갖춘 멜라토닌의 정상 분비를 방해한다.

밝은 밤은 환경의 희생을 요구한다. 밤을 밝히기 위해서는 전력이 필요하고 발전에는 연료가 든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것이다. 밝은 밤은 인간의 생각하는 시간을 앗아가기도 한다. 갈릴레이가 오늘날의 하늘을 쳐다봤다면 별의 관측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깜깜한 밤을 되찾기 위한 지구촌의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갖는 '지구 시간(Earth Hour)'이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주도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행사는 1년에 하루 한 시간 불을 끄고 위기에 처한 지구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다. 호주 시드니의 맥도날드 햄버거집에서 오페라하우스까지 잇따라 조명을 끄는 행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올해는 북극에서부터 남태평양 채텀 제도까지 83개국에서 1억여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서울시와 경남 창원시가 동참한다.

'국제 깜깜한 하늘(Dark-Sky)협회'라는 과학단체도 있다. 70개국 1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곳은 '불을 끄고 별을 켜자'는 캠페인을 펼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광공해가 없는 지역을 '국제 깜깜한 하늘 공원'으로 선정하는 등 빛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경향을 막론하고 도시의 밤은 휘황찬란하다. 선진국에는 금지된 네온사인이 도심을 뒤덮는다. 서울은 가로등 17만개와 보안등 22만개가 밤을 몰아내고 있다. 범죄예방과 상관 없는 조명이 많다. 내일 저녁 8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면 어떨까. 전지구적인 행사인 '지구 시간'에 호응하면서 잃어버린 밤의 의미와 어둠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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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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