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는 현명하다. 특히 ‘친환경 녹색소비’에서는 기업보다 빠르고 광범위한 실천까지 동반한다.
심각한 기온상승과 자원고갈, 인구팽창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금, 소비자는 더 이상 유한한 지구가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한 욕망이 잉태한 ‘상상 그 이상의 비극’도 깨달았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도 생산과 소비를 멈출 수는 없다. 단지 저탄소 녹색생산과 녹색소비로 우리의 체질을 바꿔 가는 방법을 알 뿐이다. 개인적인 선호와 관심 차원이나, 법·제도 바꾸기 등 거시적인 차원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연대해 실천하고 행동하는 법을 안다.
◇장바구니로 ‘지구를 구하자’=미국에서는 최근 가정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에코맘(EcoMom)’ 열풍이 불고 있다.
에코맘은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된 환경문제에 개인적 관심사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벌이던 환경운동을 점차 지역단위로 연대를 맺어 실천력을 강하게 갖기 시작한 하나의 문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20세기 미국의 환경운동이 법이나 제도 정비 등 거시적 접근으로 시도했다가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은 집에서부터(Saving Earth Begins at Home)’라는 슬로건으로 생활 속 실천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부들이 이동할 때 편리하도록 가볍고 바구니가 부착된 자전거를 일컫는 ‘마미차리’라는 신조어가 있다. 엄마를 일컫는 ‘마마’와 자전거를 일컫는 ‘차링코’의 합성어다. 또 에코 쇼핑백이 각광받으면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더 이상 비닐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생활 속 녹색문화운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독일의 ‘쓰레기 제로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도 녹색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면서 여러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녹색소비의 출발은 ‘소비자 인지’=녹색소비의 기본은 이왕이면 친환경상품을 사서 쓰는 것에서 출발한다. 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인증하는 환경라벨링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최근엔 탄소라벨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탄소라벨은 제품의 원료채취·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품에 표시하는 마크다. 탄소라벨을 통해서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디 비교하면서 살 수 있다.
탄소라벨의 원조격은 영국의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가 개발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으로 여러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2007년부터 세제·오렌지주스·감자·전구·의류 등 20여개 제품에 탄소라벨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안’을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이 법은 국민의 ‘녹색생산·소비문화의 확산’을 위해 제품 생산에서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라이프 사이클)을 평가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제품에 표시하는 ‘탄소발자국 표시제’가 포함됐다.
◇유통업계 탄소배출 절감 ‘바람’=소비자의 성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직접적인 소비 접점인 유통업계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 정책도 일조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현명해진 소비자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2020년까지 CO?? 배출량을 50% 줄일 계획이다. 먼저 업계 최대 수준으로 자사 PB상품에 ‘탄소라벨’을 단계적으로 부착한다. ‘탄소라벨’이란 관련 상품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CO?冗?을 상품포장지에 표기한 것이다.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상품부터 시작해 올해 말까지 과자·유제품·세제류 등 홈플러스 PB상품 20∼30개에 ‘탄소라벨’ 부착할 예정이다.
신세계 이마트도 지난해 11월 환경부와 ‘탄소성적표지제도’ 운영에 관한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1단계로 이마트 자체상품중 5개 품목 19개 상품을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아 우선 선보이고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 양재동 이마트를 비닐봉투 없는 점포로 선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현명한 소비자를 붙들기 위한 노력이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
기업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다.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기도 하지만, 제조를 위해 수십, 수천번의 구매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종 결과물을 위해서는 원료, 부품단계부터 ‘친환경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녹색소비관련 부품 원류부터 친환경 관리를 위한 협력사 대상 ‘에코파트너(Eco-Partner) 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부품 및 원료물질에 대한 유해성 여부뿐만 아니라, 이를 공정 중에서 관리·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한 후 기준에 적합한 협력회사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2005년 6월 이후로 전 협력사가 에코파트너 자격을 갖추도록 했다. 1차 협력사는 물론이고 2차 협력사도 해당된다.
협력사의 유해물질 관리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공급망 구축을 목적으로 국내외 660여명의 사내 인력을 양성해 거래하는 모든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진단과 지도를 실시한다.
또 제품 내 유해물질이 포함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과 원재료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외 총 800여개 협력사의 원재료 검사를 완료했으며 모든 생산현장에서 사용되는 부품과 완제품의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검사·관리하고 있다. 유해물질 관리시스템(e-HMS)을 통해 사전 검증되지 않은 부품은 협력사로부터의 구매와 생산라인 투입이 불가능하도록 유해물질 SCM 체제를 강화, 유해물질 함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내 유해물질 함유 여부 자체 검증을 수행하기 위해 2004년부터 CS환경센터 내에 ‘환경분석실험실’을 운영 중이다. 유기분석실과 무기분석실, 휘발성유기화합물분석실 안에 총 16종의 정밀분석 설비를 보유하고 RoHS 규제물질 6종뿐만 아니라 규제 예상 물질 등을 포함한 총 39종에 대한 정밀분석 역량을 확보했다.
이 같은 모든 시스템은 친환경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보다 환경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이동통신서비스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친환경 기지국 건설은 기본이다.
환경 데이터관리는 물론이고 기지국 전자파·기후변화·폐휴대폰 재활용 등의 환경 이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글로벌 투자기관과 국내 비정부기구(NGO) 등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LG전자 000 환경전략팀장은 “녹색경영은 개별 기업만으로는 활동의 한계가 있으며, 공급망 전체가 하나가 돼 실행을 할 때 시너지가 가장 크다”며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사들이 한 축을 형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를 위한 `녹색구매 가이드라인`
시민단체들이 발간하는 녹색소비 가이드북을 참조하는 것도 우리 생활을 그린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의 영향력 있는 한 민간단체는 윤리적 평가지표를 활용해 기업의 제품을 평가하고 윤리적 기업 마크를 제품에 붙인 쇼핑가이드북을 매년 발간한다. 지난해 판 쇼핑가이드북에는 친환경공산품·공정무역제품·유기농산물·에코투어·친환경 금융상품 등 700여개 상품을 소개했다.
이 책에 수록된 제품은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하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국내에도 직접 제품을 소개하지는 않지만 녹색 구매를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1996년부터 활동해 온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홈페이지(www.gpn.or.kr)의 녹색구매네트워크 코너다. 여기에서는 화장지·사무용지/인쇄용지·형광램프·복사기·레이저프린터·분말형 합성세제·레이저팩시밀리·개인용 컴퓨터·PC모니터·에어컨·양변기·샤워헤드·토너카트리지·낚시추·접착 테이프 및 전산 라벨지·다목적 세정제 등 16개 품목에 대한 녹색구매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들 제품 가이드 라인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특히 IT 제품은 더욱 그렇다.
실제로 최근 보급이 급격히 확산된 레이저 프린터를 구매할 때는 9개의 가이드 라인이 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제품이 향후 몇 년 뒤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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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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