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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와 같이한 문학, 음악 속 단골 주제로 '사랑'만큼 흔한 것이 없다. 멀리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시작으로 서양문학사의 주요 거장인 셰익스피어까지 연인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사용됐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애청곡 리스트에 올랐다.
보통사람이라도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 한 토막을 경험하지 않은 이가 없고, 어떤 이는 애절한 사랑을 경험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 흔한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이라도 세기의 사랑을 꿈꾸지 않을까. 꽃피는 봄,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을 찾아가 보자.
◆ 원조 사랑이야기... '디도와 아이네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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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퍼셀의 초상화 |
바로크시대를 앞서간 선구적인 오페라 작곡가는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영국사람이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바탕으로 비운의 연인들의 얘기를 다룬 작품은 올해로 탄생 350주년을 맞는 헨리 퍼셀(Henry Purcell)이 작곡한 '디도와 아이네아스(Dido and Aeneas)'.
그리스에 패망한 트로이의 마지막 왕자 아이네아스는 로마의 토대가 되는 지금의 이탈리아에 정착하기까지 7년간 고난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나눈 10개월 간의 비극적 사랑을 담은 이 오페라는 1689년 12월 런던에서 초연됐다.
아이네아스의 신화는 트로이가 함락되던 날부터 시작된다. 영웅 헥토르의 사촌 아이네아스는 가족을 데리고 유목생활을 시작하며 인접 해안지역에 여러 번에 걸쳐 도시국가 건설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저주와 역병 등 장애물을 극복하고 아이네아스는 드디어 신이 점지한 이탈리아 북부 라티움에 도시국가를 건설한다.
오페라는 그가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에 상륙해 클레오파트라를 떠올리게 하는 여왕 디도와 10개월에 걸친 사랑과 이별, 죽음의 과정을 다룬 내용이다. 신탁을 이뤄야 하기에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는 아이네아스, 연인을 떠나보내고 죽음을 택하는 비운의 여왕 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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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한 '디도와 아이네아스' 음반. |
이 오페라 후반에 등장하는 "When I am laid in earth"는 어떤 전문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을 꼽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는 곡이다. 하녀 벨린다의 무릎에서 죽음을 맞는 디도의 아리아.
벨린다 그대의 손을 주오! 어둠이 나를 가려오네.
그대의 가슴에서 나를 쉬게 해주오.
더 살기를 원하지만 죽음이 나를 범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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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셰익스피어. |
죽음은 이제 환영받는 손님이 되었네.
내가 죽거든
나의 잘못으로 인해 당신 가슴에 어떤 근심도 생기지 않길 바라네.
나를 기억해요. 하지만 나의 운명은 잊어주오.
이 곡과 함께 '디도의 탄식(Dido's Lament)'도 잊지못할 명곡이다. 영원한 사랑 아이네아스가 떠난 뒤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는 디도 여왕의 슬픈 아리아다.
흔하지는 않지만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가 지휘한 데카(Decca)의 음반(4757195)에서는 캐서린 보트가 디도 여왕 역을 맡은 음반이 나와있으며, 최근에는 낙소스(naxos)에서 내놓은 음반도 판매되고 있다.
◆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룬 음악들
셰익스피어 불후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낭만주의 시대까지 여러 음악가들이 오페라부터 발레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재로 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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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I레이블로 판매된 벨리니 '카풀렛과 몬테규(I Capuleti e Montecchi)' 음반. |
1801년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작곡가 벨리니(Vincenzo Bellini)는 '카풀렛과 몬테규(I Capuleti e Montecchi)'라는 이름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표현했다. 이 곡에서는 "아아, 몇번인가(Oh quante volte, oh! quante)"가 대표적인 아리아로 꼽힌다.
지금 나에게 신부드레스가 입혀지고···
하지만 마치 재단에 바쳐진 희생자인
아아! 희생자인 그대로 재단 곁에 쓰러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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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마리아로 유명한 구노의 모습. |
...(중략)...
로미오,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어느 곳을 헤매이며 걷고 있나요?
벨리니의 이 곡은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와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열창한 음반이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안나 네트레브코와 엘리나 가랑차의 앨범도 조만간 발매될 예정이다.
프랑스의 작곡가 구노(Gounod)도 1867년 처녀작 '파우스트'를 작곡한 다음 곧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표했다. 프랑스인의 기질을 감안하면 이 작품이 19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연주됐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웅장한 음악적 스케일과 풍부한 선율, 극적인 구성과 어울려 서정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두 남녀가 사랑의 절정의 감정을 나눌 때 줄리엣이 노래한 "아! 꿈 속에 살고 싶어라". 줄리엣의 왈츠로 불리는 이 곡은 1막의 화려한 무도회 장면에서 정략 결혼을 피하고 꿈 속의 사랑을 그리는 줄리엣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로미오의 아리아 "사랑! 사랑!··· 아! 태양아 떠올라라"는 줄리엣을 그리는 그의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
1953년 Alberto Erede가 지휘한 파리국립오페라극장 교향악단이 연주한 모노음반 등 10여종의 전곡 녹음이 대부분 프랑스에서 이뤄져 국내에는 많은 음반이 소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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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지휘자 Alberto Erede가 지휘한 'Romeo et Juliette' 음반(1953년 런던 레이블) |
프로코피에프(Prokofiev)는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을 발레 음악으로 선보였다. 이 음악의 선율은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음산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이 곡은 메인 주제를 사용해 오케스트라 모음곡으로도 연주되기도 하고 지난 2007년에는 박영민과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가 청소년을 위한 특별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프로코피에프 발레음악은 발레리 게르기에프(Valery Gergiev)가 지휘한 키로프 오케스트라의 연주(필립스 4647262)는 장대한 사운드와 게르기에프의 강렬한 지휘가 만나 격정적인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굴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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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스에서 50주년 기념으로 재레코딩한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 그리고 정장을 차려입은 세르게이 세르기비치 프로코피에프(오른쪽)의 사진. |
1714년 보헤미아에서 태어난 독일 작곡가 글룩(Gluck, Willibald Christoph)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이뤄진 3막의 오페라.
죽은 아내를 다시 살려내려고 저승으로 떠난 오르페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오페라는 아내를 향한 오르페오의 지극한 사랑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오페라가 비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헤피엔딩으로 끝나는 점도 흥미롭다. 오르페오는 음악연주를 잘해 저승 신으로부터 아내를 되찾지만 동굴 밖으로 나가기 전에 절대로 아내를 쳐다봐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어겨 다시 아내를 잃는다. 자살을 결심한 오르페오는 사랑의 신 아무르의 도움으로 결국 아내를 되찾는데 성공한다.
저 유명한 '정령들의 춤(Dance of the Blessed Spirits)'은 당초 플루트 독주로 연주됐지만 지금은 가장 자주 연주되는 소품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크라이슬러가 이 곡을 '멜로디(Melody)'로 편곡해 바이올린 곡으로 자주 연주되기도 한다.
1968년도 레코딩으로 칼 리히터(Karl Richter)가 이끄는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는 테너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가 오르페오로 열연한 청아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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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프 발리발트 글룩. |
◆ 생상스 '삼손과 데릴라(Samson et Dalila)'
성서의 사랑이야기도 클래식 음악의 소재로 자주 애용됐다. 프랑스 작곡가 까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ens)가 작곡한 '삼손과 데릴라'는 구약성서 사사기 13장의 이야기를 다룬 소재. 천하장사 삼손의 괴력이 어디에서 오는 지 알아내려는 데릴라. 그녀를 사랑해 비밀을 말하고 마는 삼손.
데릴라가 삼손을 유혹할 때 불렀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Mon coeur s'ouvre a ta voix)"는 거짓이라 느끼기에는 너무도 애절한 데릴라의 사랑 고백이 담겨있다.
◆ 푸치니의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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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최근에 발매된 민코브스키가 지휘한 글룩의 'Orphee et Eurydice'와 게오르그 솔티 지휘의 음반 자킷 |
가장 최근에 작곡된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푸치니가 작곡한 '나비부인(Madam Butterfly)'이다.
1887년 일본 나가사키 항구에서 만난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과 나비부인의 결혼생활은 행복했지만 결국 나비부인의 자살로 끝을 맺는다. 이탈리아 오페라 부흥기를 이끌었던 푸치니의 대표 3부작의 하나인 '나비부인'은 평소 동양을 신비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서양인들의 로망이 담긴 작품이다.
"어느 개인 날"을 비롯해 "사랑의 이중창", "꽃의 보금자리여 안녕", "편지의 이중창" 등 주옥같은 아리아가 많아 지금도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의 하나다.
데카(DECCA)의 염가반 'Puccini The Great Opera Collection'은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의 청아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카라얀 지휘로 빈필하모닉이 연주한 데카 음반도 지금은 고인이 된 파바로티의 열정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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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리 베렛이 부른 삼손과 데릴라 음반 자킷.(1967년 RCA 이탈리아나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와 까미유 생상스(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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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치니(왼쪽)과 데카레이블로 판매된 빈필하모닉과 카라얀의 나비부인 하이라이트 음반 |
☞ 창고 속 턴테이블을 꺼내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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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금융부장 dubb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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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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