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8, 2008

[English 더이상 이렇게 배울 순 없다] ① Bilingual 교육 현장








‘영어 몰입교육 1번지’로 꼽히는 영훈초등학교 4학년 3반 수업 모습. / photo 이구희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Bilingual<자국어는 물론 외국어도 어렵잖게 구사하는 사람> Korea를 위한 제안

지구촌 언어(global language). 영어가 특정 국가의 언어가 아닌,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의사소통 수단(communication tool)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세계 각국의 영어 사용자들이 영미인에게 “영어는 당신들만의 언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사소통 수단(English is not your own language, it’s our communication tool)”이라고 외치는 시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국민의 영어 사교육비의 규모를 최소 15조원대로 추산했다.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밑바닥 영어 실력 때문에 평생 시달린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는 ‘영어의 질곡’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벌이는 눈물겨운 투자인 셈이다.

나라 전체가 늘 영어 공부의 광풍(狂風)에 휩싸였지만, 우리의 영어 실력은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문화원과 케임브리지대가 주관하는 영어인증시험 IELTS는 작년 응시자 수 상위 20개국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이민·직업연수용 시험에서 19위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기업체에서도 제대로 된 영어 사용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말과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이중언어자(bilingual)를 길러내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과연 요원한 일일까. 교육 전문가들은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진행되는 현재의 영어 수업을 폭포수처럼 쏟아붓는 몰입식 영어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곳곳에서 진행되는 이중언어 교육현장을 들여다봤다.

‘몰입교육 1번지’ 영훈초등학교

한 반을 두 팀으로 나눠 한국인·원어민 교사가 번갈아 수업

매주 15시간, 졸업까지 3600시간 원어민과의 회화에 집중 노출


11월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5동 영훈초등학교를 찾았다. 우리나라 영어 몰입교육(English immersion education)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1997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회색 카펫이 깔린 교실에는 칸막이가 따로 없다. 복도와 베란다까지 확 트여 있었다. 교실 바닥에 둘러앉거나,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댄 아이들. 수업 분위기는 자유로웠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규율이 느껴졌다. 교실과 복도 벽에는 학생들의 ‘작품’이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 인체의 골격을 그리고 해당 단어를 적어놓은 워크시트(work sheet), 짧은 에세이, 동전과 지도로 꾸민 영국의 금융제도 프레젠테이션 자료, 수류탄 투척기(grenade launcher)·팔에 차고 다니는 컴퓨터(arm computer) 등 미래에 발명하고 싶은 물건에 대한 설명서…. 학생들의 녹록지 않은 영어 실력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알록달록 장식된 ‘Knowledge is Brain Food’ ‘Experiences are building blocks for your future’ 같은 표어가 눈길을 끌었다.

1학년 4반의 읽기 수업 시간. 부(副)담임 샬럿 손드(Saund) 선생님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이 모여 앉아 동화책 ‘잭과 콩나무(Jack and the Beanstalk)’를 번갈아 읽고 있었다. 화이트 보드에는 ‘character:Jack·mother·cow·orge·old lady’ ‘Setting·when: daytime and night time’ 같은 설명이 적혀 있다. 선생님이 “What happened at the beginning(처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니)?” 하고 묻자 아이들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Jack sold the cow to an old woman for some magic beans(잭이 마법콩을 사려고 어떤 할머니한테 소를 팔았어요).” 똑 떨어지는 대답을 한 친구들에겐 선생님이 예쁜 별 모양 스티커를 손등에 붙여줬다.

6학년 3반의 수학 시간. 앰버 더피(Duffy)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력(馬力·horse power)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Lazy R Horse Ranch’ 단원의 마지막 부분. 무게를 재는 방법을 놓고 강민정·김준희 두 친구가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연필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고 때론 원어민 교사와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의사소통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이중언어자의 그것이다.

1학년 때부터 원어민 영어 교사들과 함께 생활한 학생들이 구사하는 영어 수준은 초등학교 고학년생의 경우, 일반 고교 2~3학년 학생을 넘어설 정도다. 작은 모둠으로 교사와 학생이 일일이 눈을 맞춰가며(eye contact)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 울렁증’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창진 교장은 “학생들이 졸업할 무렵이면 영미권 학교로 바로 진학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영훈초등학교의 1개 학년은 4개 반으로 이뤄져 있다. 한 학급의 학생은 36명이지만 A·B반으로 나뉘어 18명씩 수업을 받는다. A반이 한국어 담임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받는 동안, B반은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하는 식이다. 몰입교육 디렉터(IP Director) 아래 각 반의 부담임 교사 등 32명의 원어민 교사들이 활동한다. 수업 시간은 80분. 다른 학교보다 두 배 정도 길다. 중간에 10분의 휴식 시간이 있다. 보통 공립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은 주당 25~32시간 정도인데, 영훈초등학교 학생들은 원어민 교사의 수업 15시간을 포함, 38시간 정도를 소화한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주당 ‘랭귀지 아트(language art)’ 9~10시간, 수학(math)·과학(science) 각 2시간, 사회(social studies) 1~2시간이다. 1년에 40주 수업을 받는다고 하면 한 해 600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원어민의 영어에 노출되는 셈이다. 졸업 무렵이면 3600시간에 달한다. 영훈초등학교는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 학생들이 보는 교재를 사용한다. 이중언어 교육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우리 교과서를 영어로 번역해 만든 교재를 사용했는데, 원어민 교사들이 가르치는 데 한계가 나타나 지금의 방식으로 바꿨다고 했다. ‘영어 리소스 센터(English Resource Center)’는 영훈초등학교의 지식 창고다. 원어민 교사들은 1만5000여종의 학습자료를 갖춘 이곳의 자료로 다양한 보조교재를 만들어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었다.

한국어 담임 교사와 원어민 교사의 수업이 꼭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심옥령 교감은 “전체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는 비슷하지만 한국인·원어민 교사들이 가르치는 방식이나 접근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언어 자체를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어민 교사를 통해 그들의 문화와 생각의 방식을 배우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 입학했을 때 학생들의 수준은 천차만별. 그래서 초기엔 쉽게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학교는 영어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잉글리시 리딩 스페셜 케어(English reading special care)’다. 전문 교사가 따로 배치돼 2~3학년 어린이 중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들을 일주일에 5시간 정도 개별 지도한다. 정창진 교장은 “내년 1학기부터는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교육·체험·놀이 결합… 외국 같은 환경 만들어 영어 두려움 없애

주중·주말반 등 단기 코스와 4주 일정의 방학 집중프로그램 마련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

photo 조선일보 DB



경기영어마을(english-village.gg.go.kr)은 교육(education)·체험(experience)·놀이(entertainment)의 ‘3E’를 결합, 외국과 유사한 환경에서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며 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지난 11월 20일 파주시 탄현면의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를 찾았다. 2006년 4월 문을 연 파주캠프에는 그동안 5만7000여명이 주중반·주말반·방학집중반 등 정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일일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까지 합하면 50만명을 훌쩍 넘는다. 강사진은 원어민 강사 90명을 포함, 140여명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안내 직원이 영어마을 여권(passport)을 건네줬다. 안내 지도에는 ‘Only English, No Korean’이라 적혀 있었다. 캐릭터 숍, 서점, 콘서트 홀, 체험 교육관 어디를 찾아도 내·외국인 강사들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옥스퍼드 거리에 있는 교육 강의동에서는 용인시 구성중 2학년 학생들의 주중반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주중반 프로그램은 월요일 9시30분에 입소해 금요일 오후 1시30분에 퇴소하는 4박5일 코스로, 한 반은 15명 안팎이다.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강사 각각 1명이 담당한다. 광고제작·미술·요리·창작·발명·음악·여행 등 8개의 공통 과목(core subject)과 방송제작·연극·영화제작·로봇공작·신문기사 중 1개를 선택하는 과제수행 과정을 거친다. “If you were a millionaire, what would you do(만약 백만장자라면 무엇을 하겠어요)?” “Buy an airplane(비행기를 살 거예요)!” 열정적인 원어민 교사들의 몸짓과 목소리에 학생들이 슬슬 반응하기 시작했다. 강의실 한쪽에선 최혜윤 강사가 학생들과 영어로 끝말잇기(word chain) 게임을 하고 있었다. “triangle… elephant… train….” 토·일요일을 활용해 가족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12월 2일부터 선착순 등록을 시작하는 겨울방학 집중반은 12월 29일에 시작해 내년 1월 22일까지 4주, 24박25일 동안 진행된다. 대상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500여명. 작년에는 1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장원재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은 “해외 어학연수만큼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학생들이 원어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몰입교육 체험을 통해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하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어를 매개로 이뤄지는 치열한 국제관계 속에서 민족의 생존권을 지키고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유창한 영어 사용자가 돼야 합니다. 영어를 미국언어와 동일시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식하고 영어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자는 겁니다. ‘고비용 저효율’ 시설이라는 영어마을 비판론도 잘 알고 있습니다. 생생하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영 나선 대기업들

LG전자 ‘영어 공용화 원년’ 선포… 회의·보고서 모두 영어

SK텔레콤은 시범운영하던 Bilingual 프로그램 본격 도입


글로벌화의 가속화에 따라 기업체의 이중언어 교육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8년을 ‘영어 공용화의 원년(元年)’으로 선포한 LG전자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LG전자는 작년부터 사내 영어 공용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작년 연초 남용 부회장이 국내외 임원·법인장·지사장 등 350여명이 모인 회의석상에서 영어로 연설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한국 본사를 비롯, 해외 100여곳의 법인·지사의 공용어를 영어로 정착시키기 위해 영어센터(ECC·English Communication Center)를 만들었고, 실전을 방불케하는 전화 영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앞서 2005년 사내 인트라넷인 LGEP(LG Enterprise Portal)의 영문화를 시행했기 때문에 업무 시스템에는 한글이 사라졌다. 부서에 관련 없이 각종 회의 자료와 보고서를 작성할 때 원칙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 ‘팀’에서 매주 만드는 주간 계획도 당연히 영어로 작성된다. 경영 회의도 영어로 이뤄지고, 회의에 사용되는 보고 자료와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발표 자료도 모두 영어로 만들어진다. LG전자 관계자는 “영어 공용화를 통해 글로벌 경영의 속도를 높이고 해외 현지 법인과 한국 본사 사이의 의사전달의 정확도를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얼마전 사내 임직원들에게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아무 어려움 없이 함께 일하면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사람과 시스템,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10일, 작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바이링구얼(bilingual)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영어 프레젠테이션과 영어 회의가 진행되는 팀은 현재 77개 팀으로 회사 전체의 30% 수준. 사내의 영어 능통자를 바이링구얼 촉진자(facilitator)로 활용해 사내 영어 사용능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중언어교육(bilingual education) 학습자가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 두 가지 언어에 통달하게 된 사람을 이중언어자(bilingual)라고 부른다. 세 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경우는 다중언어자(multilingual)가 된다. 이중언어능력이란 말은 포괄적 개념이다. 제2 언어를 원어민만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수준부터 최소한의 읽고 쓰는 이해 능력만 가진 경우까지 이중언어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론자(maximalist)는 두 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을 때만 이중언어능력을 인정하지만, 최소론자(minimalist)는 제2 언어에 대해 최소한의 구사 능력만 있어도 인정한다. 말하기·듣기·쓰기·읽기를 다 하되 아직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이뤄지면 이중언어자로 보는 것이다.

ESL과 EFL 제2 언어로서의 영어(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와 외국어로서의 영어(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생활 언어’로 보느냐 아니면 ‘국제적 교류와 대화에 필요한 도구로 보느냐’에 있다. 태어날 때부터 복수 언어환경에 처한 경우에는 모국어가 아닌 또 다른 언어가 모국어만큼 능통해야 하며, 그때의 목표 언어교육은 제2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된다. 단일언어 환경에서 태어나 줄곧 다른 언어 없이도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세계화·국제화 시대에 개인이나 단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뤄지는 언어교육이라면 외국어를 가르친다고 보면 된다.

몰입교육(immersion program) 일정 기간 목표 언어(제2 언어)에 집중 노출시키는 교육방법. 학교 교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2 언어로 가르치는 방식이다. 몰입교육의 내용은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따르며, 부분적 몰입은 일부 교과목을, 전체적 몰입은 모든 교과목을 제2 언어로 수업한다. 프로그램시작 1~2년간은 모든 수업을 제2 언어로 가르치고, 이후로는 제1 언어의 비율을 점차 높여 간다. 하지만 전체 수업 시간 가운데 제2 언어를 통한 수업 비율이 50%가 넘어야 한다.

/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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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클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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