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18, 2008

[Save Earth Save Us] “밥 한 톨 안 남기고 먹어요”







[중앙일보 강찬수] 17일 서울 홍제3동 홍은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 점심 시간을 맞아 27명의 학생이 식판에 콩나물밥·칼국수·김치·연근튀김·귤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먹는다. 웃고 떠들며 즐겁게 식사한 어린이들은 모두 밥알 한 톨 남기지 않았다. 빈 식판에 물을 부어 남아 있는 고춧가루 하나까지 다 씻어 먹었다.

이 학급에서는 3월부터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해 왔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환경운동이다. 학생들은 처음엔 점심 시간을 '죽음의 12시'라며 낯설고 힘들어했다. 자기가 먹을 만큼 음식을 받아 맛있게 비우는 습관이 안 돼 있었던 것이다.

신정화(52·여) 담임교사는 “밥 한 그릇에 얼마나 많은 이가 정성을 들였는지 설명하고, 굶주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줬더니 아이들이 이해하고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채은양은 “물을 부어 김칫국까지 다 먹는 게 힘들었지만 얼마 전 현장학습을 간 전쟁기념관의 식당에서도 '빈 그릇'을 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2005년 시작된 불교환경단체인 에코붓다의 빈 그릇 운동 100만 인 서약 캠페인을 보고 같은 해 10월 학급에 빈 그릇 운동을 도입했다. 아이들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알려 주고 환경도 보호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올해는 이 학교(전교생 900여 명) 32개 학급 가운데 20개 학급 이 '음식 비우기'에 동참했다. 골칫거리였던 '음식물쓰레기' 치우기 수고도 줄어들었다. 염갑선 교장은 “11월 초 경주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보고 콘도 직원들도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지난해에는 부산시교육청에서, 올해 10월엔 서울 서부교육청 교장회의에서 '인성 교육' 우수 사례로 발표를 했다. 그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살리면 돈 안 들이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행동이라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다”며 “고학년보다 1~2학년들이 더 잘 따르는 것을 봐서 환경운동도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코붓다의 이성미 환경사업부장은 “빈 그릇 운동 실천 학교가 많아져 올해는 전국 200여 곳에 관련 자료를 보냈다”며 “경기도 남양주의 광동중학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을 월 45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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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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