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헤리리뷰]
비영리조직의 경쟁력은 미션의 적실성(relevance)과 그 미션에 대한 소통능력에 달려 있다. 성공적인 모금·홍보를 통해 경쟁력을 크게 강화한 비영리단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주요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7~8개의 핵심 메시지(core message)를 항상 준비하고 있다. 필자가 해비타트(Habitat) 사무국장을 하던 1999년의 일이다. 한국의 집짓기 프로젝트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해 미국의 해비타트 본부를 방문했을 때, 미국 본부의 홍보·모금 총괄 디렉터는 나에게 “만약 2001년 전에 지미 카터가 사망하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집짓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회와 공유할 8가지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물었다.
중요한 사업을 앞두고 국제 단체들은 이른바 ‘모금 명분서’(case statement, case for support)라는 것을 작성한다. ‘모금 명분서’는 핵심적인 홍보 개념과 모금 명분의 논리구조를 담게 되며, 내·외부 교육, 홍보 메시지의 통일적 관리, 프러포절 등 모금활동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둘째, 사업 및 캠페인, 모금·홍보, 이해관계자 관리를 통합적인 방식으로 기획하고 조율한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3년 전만 해도 회원 600명에 불과한 소박한 조직이었다. 국제적으로 브랜드 신뢰도 1위인 비영리조직의 한국지부로서는 초라한 현실이었다. 한국지부의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김희진 국장은 미션 달성을 위해서는 회원 확대와 홍보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그녀는 런던 본부를 설득해서 실험적인 거리회원 모집 캠페인을 위한 투자를 이끌어냈다. 3년의 노력 끝에 국제엠네스티는 이제 한국에서 1만명의 정기 기부자를 가진 조직으로 성장했다.
비영리조직은 모금·홍보가 단체의 미션을 달성하는 본원적 목적사업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비영리조직이 총 모금액의 15%에 못미치는 금액을 모금활동에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션 달성에 ‘충분히 적극적’(positive goodness)이어야 한다는 윤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셋째, 최적의 모금·홍보 방법론을 결정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필자의 회사는 시민사회단체의 회원관리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의 경우에도 거리의 ‘서명운동’과 ‘모금활동’이 전혀 별개로 굴러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서명 캠페인을 통해 어렵게 확보한 수십 만명의 연락처와 신상 정보를 고스란히 국회나 정부에 전달하는 것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의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Earth)은 서명과 모금 회원 및 자원봉사자 관리를 통합하는 작업을 통해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회원들이 참여한 자원봉사 등의 모든 활동을 점수화해 관리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넷째, 모금·홍보를 도울 자원 리더십(volunteer leadership)을 적극 활용한다. 필자는 지난 수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홍보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홍보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이 위원회가 사랑의 열매의 브랜드를 비약적으로 강화시키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비영리단체의 내부 스태프들은 자원 리더십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자발적인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최형우 도움과 나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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