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0, 2008

클래식, 인터넷 앞에서 콧대를 낮추다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프로젝트 공개

연주 동영상 등록하면 온라인 오디션후 단원 선발…

내년 4월 카네기홀서 정식 공연 예정

무명 연주가 발굴ㆍ교육 프로그램 공급 등

‘원소스 멀티유즈’가능성에 큰 기대감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가 최근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YouTube Symphony Orchestra)’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지정곡인 탄 둔(Tan Dun)의 ‘인터넷 심포니 에로이카(Internet Symphony Eroica)’의 한 파트를 연주해 동영상으로 올리면 온라인상에서 오디션을 치른 뒤 단원으로 선발한다는 내용. 세계 각지에서 선발된 80여명의 단원은 2009년 4월 15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마이클 틸슨 토머스(Michael Tilson Thomas) 지휘로 데뷔 무대를 갖게 된다.

국내에서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몰고 온 클래식 신드롬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한층 더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것은 우연이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1년반 전 구글 각국 지사의 간부들이 참여한 ‘세상을 바꾸는 큰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나왔다. 함께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하던 도중 평소 클래식 음악에 관심있던 한 직원이 제안한 것. 이는 ‘개방(Openness)’과 ‘상호작용(interaction)’을 키워드로 하는 유튜브의 이념과 온라인 메커니즘에 부합하는 신선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으면서 만장일치로 추진됐다.

팝음악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이벤트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심상치 않은 점이 많다. 클래식 음악의 특성과 최근 들어 시장에 불어온 바람을 고려할 때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는 첫 발자국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유튜브, 새로운 이슈 발굴에 나서다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 조드 카림에 의해 창업된 유튜브는 2005년 2월 개인 간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3년여 만에 놀라운 확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오늘날 매일 수십만건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1분마다 13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는 셈이다. 지난 4월 8370만명으로 기록된 개별 시청자 수는 지속적인 급증세를 보이며 10월 1억50만명을 돌파했다.

사람이 몰리자 이슈는 저절로 생겨났다. 영국 ITV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를 통해 휴대전화 외판원에서 세계적인 가수로 거듭난 폴 포츠와 ‘6세 노래 요정’ 코니 탤벗도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누리꾼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업로드된 지 9일 만에 1000만건이라는 천문학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된 서비스에 사람들이 몰리고 예상치 못한 이슈가 생산됨에 따라 유튜브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산업화 가능성을 새롭게 열었다. 현재 유튜브는 가수들의 가장 중요한 프로모션 수단이자 이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만 해도 미국 팝시장에 데뷔한 보아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 1473만명의 이용자에게 데뷔곡 ‘잇 유 업’을 선보였고, 가수 박진영이 연말 전국 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장면을 올려 대단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실황 연주 및 각종 진귀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보고(寶庫)’로 각광받아왔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사라 장(Sarah Chang)’이라고 입력하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연주 장면은 물론 관련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동영상도 볼 수 있다. 빈필의 신년 콘서트, 베를린필과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의 1987년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분야의 붐업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유튜브는 “상업적인 목적이라기보다 글로벌 문화행사로서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클래식 음악의 디지털 음원 판매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클래식 분야의 이슈를 생산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뒷받침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튜브의 동영상은 음원 서비스와 연동이 가능한데 이를 테면 동영상으로 감상한 클래식 음악 옆에 있는 버튼을 클릭하면 곧장 음원이나 음반 판매 사이트에 연결되도록 하는 식이다. 유튜브는 이미 유니버설 뮤직(Universal Music Group), 소니 뮤직(Sony Music Group), 워너 뮤직(Warner Music Group) 등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통해 클래식 음악 분야의 동영상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이 같은 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 유토피아를 꿈꾸다

유튜브의 힘은 이용자(user)로부터 나온다. 유저 중에는 동영상을 올리거나 구경하고 댓글을 다는 순수 이용자도 있지만 예술가, 공연기획자, 기업 투자자도 있다. 여기서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가 유튜브에 올라온 연주 동영상을 보고 무명 음악가를 발굴해내거나 남의 연주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유명 연주자들이 다른 연주자의 동영상을 보고 나서 앙상블이나 음반 녹음을 제안했다는 소식은 벌써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재독(在獨) 작곡가 진은숙도 평소 유튜브를 통해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연주 장면을 보면서 훗날 함께 작업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얼마 전 롱 티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는 콩쿠르 결선은 물론 예선 연주까지 유튜브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한층 더 화제를 모았다. 그와의 계약을 노리는 해외 매니지먼트사 역시 유튜브에 올라온 콩쿠르 연주를 보고 1차적인 가능성을 가늠할 것이다.

유튜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를 통한 파트너십 구축과 콘텐츠 생산이다.

이를 테면 이번에 참여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등과 지속적인 제휴를 맺고 연주회 동영상과 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 현지 파트너로 참여한 서울시향과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도 비슷한 계약을 맺을 예정. 크레디아는 이번 프로젝트 이외에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피아니스트 임동혁 등 자체 보유 연주자들에 관련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대신 프로모션에 도움을 받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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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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