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하고 쾌락적인 영혼없는 진빵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는 뻔한 할리우드 모험영화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찾아 나서고, 믿기지 힘들 모험을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기의 순간에 영웅이 되고. 혹자는 이런 액션 블록버스터를 ‘영혼없는 진빵’이라고 혹평하지만, 사실 거부하기엔 너무 달콤하고 쾌락적이다.
학교 연구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지질학자 트레버(브랜든 프레이저)는 수년전 실종된 형의 상자 속에서 ‘지구 속 여행’이라는 고서를 발견한다. 실종된 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조카 션(조쉬 허치슨)과 아이슬란드로 향한다. 미모의 산악가이드 한나(애니타 브리엠)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그만 지구 중심으로 통하는 빅 홀에 빠진다.
상황 설명이 대충 끝나고 지구 속 탐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영화는 시종일관 밀어붙인다. 미지의 모험이 끝났다 싶으면 어느새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린다. ‘설마 이번에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상상은 사실로 둔갑한다. 온도는 계속 상승하고 식인 식물이 도사리는가 하면 육식성 물고기인 굶주린 피라나가 우글거리고 거대한 공룡의 습격을 받는다. 여기에 용암이 이들을 금방이라도 집어 삼키듯이 검붉은 열기를 토한다.
책의 내용대로 탈출계획을 세우지만 여정은 만만치 않다. 매번 위험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긴장을 이완시키면서 흥분을 자극할 쯤 지구 속 세상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황홀경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이처럼 지구의 중심에 또 다른 신기한 세상이 있다는 환상과 그 미지로의 여행이라는 모험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주인공들의 탐험은 대부분 컴퓨터그래픽(CG)및 특수효과로 처리됐다. 실제적인 이 영화의 주인공은 CG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에릭 브레빅은 <토탈 리콜>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으며, <맨 인 블랙> <진주만> <아일랜드>에서 실력을 발휘한 당대 최고의 권위자. 이번에도 그의 실력은 명불허전이다.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특색이지만 이번에도 개연성이나 ‘왜’라는 의문을 가지면 안 된다. 즉 잘 짜인 상황이나 촘촘한 이야기 전개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상상력에 기댄 롤러코스트 모험 앞에 그저 신나게 즐기면 그만이다. 이번에는 어떤 위험이나 색다른 흥미가 구미를 자극할 것인지를 기대하는 편이 속 편하다. 여기에 삼촌과 조카간의 정이나 남녀의 사랑을 양념으로 장식하고. 18일 개봉.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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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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