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2, 2008

경기침체·고령화…녹색성장이 해법이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일본팀장



일본경제는 1990년대의 장기불황을 딛고 2000년대 초반부터 회복기조로 전환되었다. 전후 최장의 경기 확장국면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일본경제는 다시 부활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회복기조는 다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일본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2007년 10월 말 대비 약 50% 정도 하락했다. 일본 정부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실물경제에 파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근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미 하강국면에 진입한 일본경제는 향후 1년여 동안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와 같은 순환적 경기침체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데, 그것은 일본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인구감소 사회로 전환하였다. 2005년을 정점으로 앞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가 된 것이다. 더구나 인구고령화가 진행되어 경제 활력이 저하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에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청년층이 부족하여 노동력의 부족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처럼 암울한 미래를 일본 국민들은 매우 우려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침체, 고령화… 해법은 저탄소사회 구축



그런데 최근 일본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법을 제시하였다. 저탄소사회 구축이라는 비전이다. 물론 저탄소사회 구축의 궁극적 목적은 기후변화문제의 해결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저탄소사회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다.





전 세계가 지금의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라는 사회시스템을 포기하고 저탄소사회라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 전환해 간다면, 여기에는 엄청난 기술과 아이디어, 제도, 노력, 제품이 요구될 것이다. 일본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기회를 일본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아직 불확실성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류사회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일본 정부는 인식하고 있다.





2007년 6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총리가 도쿄에서 열린 환경장관주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아베는 그가 제안한 '쿨어스50(Cool Earth 50)' 계획에 따라 일본 국민들에게 '이산화탄소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이는 2050년까지 지구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도록 개인이 하루에 1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환경 명분 속에 숨겨진 경제 논리



일본은 먼저 기후변화협상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세계는 저탄소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현재의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선진국만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고 있으나 2013년 이후의 새로운 기후체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현재 UN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은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대량배출 개발도상국도 선진국 정도는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우리나라는 개도국으로 분류돼 있어 감축의무가 없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2013년 이후부터 선진국 대열에 동참해야 하며, 동시에 선진국과 동일한 감축의무를 져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즉, 한국, 멕시코 등과 같은 선발개도국은 선진국에 포함시켜 보다 강력한 감축의무를 부과하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대량배출 개도국은 선발개도국으로 분류하여 감축노력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환경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환경적 명분과 더불어 경제적 실리도 추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 절약관련 기술과 제품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려는 의도이다.





일본은 지난 석유위기 이후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나아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 지난 30여 년 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은 에너지 고효율 제품과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러한 제품과 기술에 대한 시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이 기후변화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대응체제를 호소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와 같은 경제논리가 숨어 있다.





“미래 저탄소 시장을 잡아라”



최근 일본은 저탄소사회 구축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2007년 5월에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기후변화 비전을 담은 ‘Cool Earth 50’을 발표했고, 2008년 6월에는 후쿠다 전 총리가 일명 ‘후쿠다 비전’을 발표하였다. 이들 비전에서는 세계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현재 수준에서 반감시킬 것을 주장하면서, 일본은 2050년까지 현재 대비 60~80%를 감축한다는 장기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020년 내지 2030년을 대상으로 한 중기목표도 2009년까지 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08년 7월 ‘저탄소사회 구축을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시책들로는 혁신적 기술개발의 촉진과 경제성 확보, 기존 기술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기존 기술의 경제성 확보, 감축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한 각종 사회경제적 제도의 도입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혁신적 기술로는 이산화탄소 포획·저장 기술을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2020년에 현재의 10배, 2030년에 40배로 증대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연료전지의 경우 2020~30년경에 시스템 가격을 현재의 1/10 이하로 인하한다는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사회경제적 제도로는 제품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톱 러너(Top Runner) 방식의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배출권 거래제도 및 환경세의 도입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탄소배출량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어 있다. 톱 러너란 한 기업의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으면 다른 기업들도 그 수준에 맞추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체계적 투자 필요



일본은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특히 에너지 절약이나 대체에너지 기술에 대한 수요확대에 대비해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에 정부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왔다. 석유위기 이후 증가추세에 있던 선진국의 에너지 관련 정부연구개발투자는 1980년대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어 GDP 대비 약 0.05% 미만의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은 0.1%로 두 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에도 일본은 39억 달러를 투자한 반면 미국은 30억 달러 기타 선진국은 5억 달러 정도를 투자한 데 그치고 있다. 일본은 앞으로도 5년 동안 3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결국 일본의 전략은 명확하다. 대내적으로는 저탄소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계몽하며, 기업에게는 새로운 사회에 대비한 제품과 기술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을 정부연구개발투자의 중점분야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대량 배출국가들에게도 감축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도 대응하면서 일본경제의 부활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21세기의 새로운 성장모델로서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라 여겨진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환경적 측면보다는 산업정책의 측면이 너무 강조되어 있다는 감이 있다. 21세기형의 새로운 성장모델은 ‘환경’과 ‘성장’의 조화가 그 핵심이다. 단기적인 돈벌이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한국형 저탄소사회’에 대한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노력을 요구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비용부담의 증가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성장’ 전략으로서만이 아니라 ‘환경’ 전략으로서의 의미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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