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인 최초 EU 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 조명진 박사 |
【뉴욕=뉴시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는 겸허한 자의 웅변입니다!”
지난달 20일 역사적인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는 18분여의 짧은 연설이었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의 취임사보다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해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는 20대의 연설담당 존 파브로가 두 달여 동안 오바마와 긴밀한 협의 끝에 작성한 것이다. 뛰어난 웅변가이자 하버드 로스쿨 시절 로리뷰의 편집장을 지낸 오바마가 심혈을 기울인 취임사를 유럽연합(EU) 한국인 최초의 안보전문역 조명진 박사가 번역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 박사의 작업은 꼼꼼한 완역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문장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은유적 표현, 행간의 의미까지 정밀하게 해설한 것이다.
영어 독일어 스웨덴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조 박사는 “다소 현학적인 문체의 오바마 취임사는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나 케네디의 취임사처럼 뇌리에 남는 강렬한 문구는 없지만 겸손과 감사를 저변에 깔고 있어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가 말하는 미국은 유럽의 선이민자들만이 아닌 아프리카, 아시아 등 후이민자들까지 아우르는 광의의 정체성과 독립을 위한 선대의 피와 땀은 물론, 흑인과 소수계의 희생과 헌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취임사와는 분명히 대별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바마 취임사에는 선택(choice), 용기(courage), 자유(freedom), 겸손(humility), 평화(peace), 약속(promise), 번영(prosperity) 등 7 개 핵심 단어(key words)를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명진 박사의 오바마 취임사 번역 전문과 해설을 소개한다.
◇ 오바마 대통령 취임사 번역과 해설
말하기와 쓰기 능력의 핵심은 바로 청중과 독자를 끌어들이는 설득력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뛰어난 웅변가로서 인정받는 오마바의 소통 능력을 분석해 볼 가치가 있다. 오마바는 이미 하버드 법대 재학 시절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의 편집장을 지낸 사실에서 그의 문장력이 많은 쓰기 연습을 통해서 다듬어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마바의 연설에서 강한 전달력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연설문 작성에 연설 당사자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파브로를 만나 취임사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비전을 전했고, 파브로는 취임사 작성을 위해 두 달 동안 하루 16시간 일했다. 작성 중에 오바마를 다섯 차례 만나서 취임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오바마의 의견을 취임사에 반영했다. 자료 수집을 전담한 지원팀이 사학자들과 연설 작성 전문가들을 만나 상담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글이 아닌 연설 작성자가 쓴 원고를 그대로 읽는다면 호소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9년 1월20일 역사적인 취임 연설을 통해 자신의 통치 철학과 비전을 제시했다. 취임 연설의 구성은 겸허한 자세로 출발해 현재 미국이 당면한 문제점의 인정과 시정 방향을 제시했고, 미국의 저력을 여러 각도로 부각시키며 미국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켜 국민의 협력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번역은 의미 상통을 위해 때로는 의역을 했고, 행간 읽기(read between the lines)를 통하여 연설문에 나타난 함축된 의미를 파악하도록 해설을 달았다. 해설 및 첨언은 ‘꺽쇠 ’로 표시했다.
My fellow citizens
I stand here today humbled by the task before us, grateful for the trust you have bestowed, mindful of the sacrifices borne by our ancestors.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이 보여 준 신뢰에 감사하며, 선조의 희생을 되새기며 우리에게 놓여진 과제 앞에 겸허하게 섰습니다.
<겸손하고, 감사하는 자세, 그리고 앞선 세대의 희생을 고귀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인다.>
I thank President Bush for his service to our nation, as well as the generosity and cooperation he has shown throughout this transition.
저는 정권 인수에 협력을 아끼지 않았고, 그 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부시 대통령께 감사를 표합니다.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있다.>
Forty four Americans have now taken the presidential oath.
지금까지 44명의 미국인이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습니다.
<오마바 대통령 자신도 미국의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라는 겸허한 자세이다. 더불어 대의민주주의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온 미국 정부의 연속성(continuity)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부에서 '오바마가 연설에서 실수를 했다'고 지적한 일이 있었다. 43명이라고 했어야 맞는데, 44명이라고 실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수가 아니다. 전임 대통령 43명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과거 완료(had taken)형을 썼을 것이다. 알다시피 대통령 취임연설은 취임 선서 후에 한다. 그러므로 현재 완료(have now taken)형을 사용하여 자신을 포함한 44명이라고 한 것이 맞다.>
The words have been spoken during rising tides of prosperity and the still waters of peace. Yet, every so often the oath is taken amidst gathering clouds and raging storms. At these moments, America has carried on not simply because of the skill or vision of those in high office, but because We, the People have remained faithful to the ideals of our forbearers, and true to our founding documents. So it has been. So it must be with this generation of Americans.
대통령 취임 선서는 미국이 태평성대를 누리던 시절에도 울려 펴졌지만, 역사의 먹구름과 거친 풍파 속에서도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 순간 미국이 이 땅에 존재함은 지도층 사람들의 기술이나 비전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들이 선조들의 이상과 건국 이념을 굳건히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있어야만 합니다.
<연설에서 오바마는 We를 말하고 잠시 멈추었다가, ‘the People’ 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Our economy is badly weakened, a consequence of greed and irresponsibility on the part of some, but also our collective failure to make hard choices and prepare the nation for a new age.
미국 경제가 약화된 원인은 일부의 탐욕과 무책임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와 결연한 선택을 하지 못한 우리 공동의 책임입니다.
<금융 경색에서 비롯된 경제위기의 책임 소재를 밝히면서 총체적 책임임을 인정하고 있다. 선택(choice)은 이번 연설의 핵심 단어 중 하나로 ‘변화’를 선택한 미국의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Homes have been lost; jobs shed; businesses shuttered. Our health care is too costly; our schools fail too many; and each day brings further evidence that the ways we use energy strengthen our adversaries and threaten our planet. These are the indicators of crisis, subject to data and statistics. Less measurable but no less profound is a sapping of confidence across our land-a nagging fear that America's decline is inevitable, and that the next generation must lower its sights.
많은 사람이 집과 직장을 잃었으며, 많은 사업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의 의료비용은 너무나 비싸고 학교 교육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적을 강하게 하고 지구를 위협한다는 증거들을 매일 접하게 됩니다. 자료와 통계를 보면 이 모든 것이 위기를 알리는 지수들입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가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과, 미국의 하락은 불가피하며 우리의 다음 세대는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지속적인 두려움입니다.
<미국이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빚어지는 결과가 미국에 적대적인 산유국가들을 강하게 만들고, 지구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표현을 완곡하게 하고, 미국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confidence)의 위축임을 언급하고 있다.>
We remain a young nation, but in the words of scripture, the time has come to set aside childish things. The time has come to reaffirm our enduring spirit; to choose our better history; to carry forward that precious gift, that noble idea, passed on from generation to generation: the God-given promise that all are equal, all are free, and all deserve a chance to pursue their full measure of happiness.
미국은 역사가 짧은 국가이지만 성경 말씀대로, 어린 아이 같은 면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더 나은 역사를 택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동등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자격을 주신 하나님의 약속처럼, 대대로 내려온 숭고한 이상을 이어가기 위해서 우리의 유구한 정신을 재 확인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1783년 건국된 미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역사가 길지 않지만 이제 성숙한 면을 보여야 된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어린 아이 같은 면 (childish things)’의 의미가 분명히 나타나지는 않지만, 연설을 듣는 국민들에게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대로 살지 말라는 충고이자, 부시 행정부의 어설픈(naïve) 정책들로 미국의 이미지가 손상 되었다는 것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링컨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에서 사용한 ‘링컨의 성경책(Lincoln’s Bible)을 쓰게 해달라고 국회도서관에 요청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경책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전통이 있다. 인용된 성경 구절은 ‘사랑의 장’으로 알려진 고린도전서 13장 11절이다.> [When I was a child, I spoke as a child, I understood as a child, I thought as a child: but when I became a man, I put away childish things." First Corinthians 13:11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For us, they packed up their few worldly possessions and traveled across oceans in search of a new life. For us, they toiled in sweatshops and settled the West; endured the lash of the whip and plowed the hard earth. For us, they fought and died, in places like Concord and Gettysburg; Normandy and Khe Sahn. Time and again these men and women struggled and sacrificed and worked till their hands were raw so that we might live a better life. They saw America as bigger than the sum of our individual ambitions; greater than all the differences of birth or wealth or faction. This is the journey we continue today.
우리 조상들은 후손을 위해 변변치 못한 짐을 챙겨, 새로운 삶을 찾아 대양을 건넜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후대를 위해 땀 흘려 일했고, 서부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채찍을 참아내었으며 땅을 일구어 경작도 했습니다. 우리 조상은 우리를 위해 콩코드, 게티스버그, 노르망디, 케산 같은 전쟁터에서 싸웠고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일군 미국이기에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미국이 개개인의 야심보다 훨씬 위대하고, 출생, 부유함, 소속의 차이보다 더 위대함을 목격했습니다. 그와 같은 여정을 우리는 오늘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서부 개척과 흑인 노예를 이용한 남부 목화 농장의 개간 등 미국 초기 개척사의 고된 장면을 그리고 있다. 대양 (ocean)이 대서양(The Atlantic Ocean)만을 뜻했다면 단수로 썼을 텐데, 복수 oceans로 쓴 것은 태평양(The Pacific Ocean)까지 포함해, 미 대륙에 새 삶을 찾아 건너 온 사람들이 유럽뿐만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을 만든 것이 조상의 피와 땀임을 상기시키고 있고, 미 국민은 단합된 연속성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For everywhere we look, there is work to be done. The state of the economy calls for action, bold and swift, and we will act not only to create new jobs, but to lay a new foundation for growth. We will build the roads and bridges, the electric grids and digital lines that feed our commerce and bind us together. We will restore science to its rightful place, and wield technology's wonders to raise health care's quality and lower its cost. We will harness the sun and the winds and the soil to fuel our cars and run our factories. And we will transform our schools and colleges and universities to meet the demands of a new age. All this we can do. And all this we will do.
어디를 보아도 해야 될 일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상태는 과감하고 신속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단순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행동으로 옮길 것입니다. 우리는 도로와 다리를 놓고, 우리 산업을 뒷받침하고 우리를 하나로 묶는 전기선과 인터넷 망을 구축할 것입니다. 과학을 재정립해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용은 줄일 것입니다. 태양과 바람 그리고 토양을 이용하여 자동차의 연료를 공급하고 공장을 가동시킬 것입니다.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학교와 대학을 개혁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우리가 할 수 있으며, 해야 할 일들입니다.
<정보화 시대에 미국의 지속적 번영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그린 에너지 정책(green energy policy)을 천명한 바 있다. 연설문에서는 그린 에너지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태양열, 풍력 등 재생 가능한(renewable) 환경친화적 에너지 개발에 중점을 둔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All this we can do. And all this we will do’’는 시적 운율 면에서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의 명문구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And those of us who manage the public's dollars will be held to account to spend wisely, reform bad habits, and do our business in the light of day because only then can we restore the vital trust between a people and their government.
공적 자금을 다루는 우리 모두는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현명하게 자금을 지출하고 나쁜 관행은 시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그렇게 해야만 국민과 정부 사이에 절실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세금을 투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한 막대한 구제자금이 국민의 세금임을 상기시키고, 월스트리트와 금융계의 잘못으로 정부의 신뢰가 상실된 것이 무엇보다도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차대한 임무 중 하나가 바로 국민과 정부의 신뢰 회복이다.>
Nor is the question before us whether the market is a force for good or ill. Its power to generate wealth and expand freedom is unmatched, but this crisis has reminded us that without a watchful eye, the market can spin out of control - and that a nation cannot prosper long when it favors only the prosperous.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문제는 금융시장이 올바른 힘을 지녔는지, 아니면 경제를 좀먹는 힘을 지녔는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금융시장의 힘은 부를 창출하고 자유를 신장시키는데 그 무엇도 필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는 감시의 눈이 없다면 금융시장이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혼란으로 빠져들고, 국가가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줄 때 국가는 장기적으로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에는 ‘감시하는 눈(a watchful eye)’, 즉 규제(regulation)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규제완화(deregulation)와 같은 가진 자만을 위한 편파적인 정책은 국가 경제에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가진 자와 없는 자를 위한 공평한 정책을 펼칠 것임을 피력하고 있다.[a nation cannot prosper long when it favors only the prosperous.] 올바른 통치 철학이 담긴 좋은 문장이다. 동사 번영하다(prosper)와 같은 음률을 살리기 위해 the rich대신 the prosperous를 사용해서 부자들(wealthy people)을 뜻했다. 음률을 살리기 위해서 편들다, 감싸다의 뜻을 지닌 동사 favor 대신에 선호하다 prefer를 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의미가 favor보다 약해진다. 최혜국(most‐favored‐nation) 의 뜻은 ‘가장 혜택을 받는 국가’이다. 이 점을 고려, favor를 ‘혜택을 준다’로 번역했다.>
To the people of poor nations, we pledge to work alongside you to make your farms flourish and let clean waters flow; to nourish starved bodies and feed hungry minds. And to those nations like ours that enjoy relative plenty, we say we can no longer afford indifference to suffering outside our borders; nor can we consume the world's resources without regard to effect. For the world has changed, and we must change with it.
빈곤한 국가의 국민에게 미국은 굶주림과 소외감릏 해결해 주기 위한 식량 지원과 농장 개발 및 상수도 정화의 지원을 약속합니다. 미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미국 영토 밖의 일이라고 더 이상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며, 세계의 자원을 효율성 없이 낭비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합니다. 세계가 변함에 따라 우리도 변해야만 합니다.
<미국의 관대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부분이다. 변화(change)는 오바마 행정부의 슬로건이다. 그 변화가 미국만의 변화가 아닌 시대적 변화임을 시사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허기를 채울 식량만 제공하는 것이 미국의 역할이 아니라, 철학적 표현인 ‘feed hungry minds’ 라고 표현하며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겪는 소외감까지도 어루만져 주겠다는 뜻이다. ‘허기진 배’와 동시에 ‘허기진 마음’도 채워주겠다는 ‘진정한 인도주의(true humanitarianism)’ 추구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As we consider the road that unfolds before us, we remember with humble gratitude those brave Americans who, at this very hour, patrol far-off deserts and distant mountains. They have something to tell us today, just as the fallen heroes who lie in Arlington whisper through the ages. We honor them not only because they are guardians of our liberty, but because they embody the spirit of service; a willingness to find meaning in something greater than themselves. And yet, at this moment - a moment that will define a generation - it is precisely this spirit that must inhabit us all.
미국 앞에 놓여 있는 길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시간에도 산간 벽지 그리고 머나먼 사막에 나가 있는 용감한 미국인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그들은 알링턴 묘지에 잠들어 있는 영웅들이 시대를 거슬러 전해주듯이,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단순히 자유의 수호자일 뿐만이 아니라 자신보다 무언가 더 큰 것을 위해 봉사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한 세대의 획을 긋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계승해야 할 것은 바로 이 같은 정신입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희생에 대해 진실된 모습으로 감사하고 있다. 겸손한 감사 (humble gratitude)를 ‘고개 숙여 감사한다’고 번역했다. 겸손과 더불어 감사의 태도는 오바마의 인간미를 보여준다. 대통령 선거유세 기간 막바지에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의 임종이 가까웠음을 전해 듣고, 이틀 간(10월 23일-25일) 유세를 중단하고 하와이에 할머니를 만나뵈러 간 오바마는 감사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인물이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었을 때, 할머니의 자기를 위한 희생을 다음과 같이 기리고 있다: [She's the one who put off buying a new car or a new dress for herself so that I could have a better life- 할머니께서는 자신을 위해서 새 차도 옷도 사지 않으셨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것 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Madelyn Dunham)은 11월3일, 손자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하루 전날 향년 86세로 작고했다.>
Our challenges may be new. The instruments with which we meet them may be new. But those values upon which our success depends ‐ hard work and honesty, courage and fair play, tolerance and curiosity, loyalty and patriotism ‐ these things are old. These things are true. They have been the quiet force of progress throughout our history. What is demanded then is a return to these truths. What is required of us now is a new era of responsibility ‐ a recognition, on the part of every American, that we have duties to ourselves, our nation, and the world, duties that we do not grudgingly accept but rather seize gladly, firm in the knowledge that there is nothing so satisfying to the spirit, so defining of our character, than giving our all to a difficult task.
우리 앞에 놓인 도전들은 새로운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대처 방식도 새로운 것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일군 성공의 밑거름이 된 것들은 옛 방식이지만 여전히 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바로 근면, 정직, 용기, 페어플레이 정신, 관용, 호기심, 충성과 애국심입니다. 이런 정신들은 우리 역사를 발전시켜온,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진정한 힘입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러한 가치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은 물론 미국과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의무를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새로운 시대의 책임감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의무를 마지 못해 이행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확고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로운 문제 대처 방법이 새로운 것이 되어야 할 지도 모르지만, 문제란 기본가치관에 충실하면 해결된다는 진리를 역설하고 있다. 위 문단의 핵심 표현은 “새로운 시대의 책임감(a new era of responsibility)”으로서 국민적 동참을 강한 어조로 호소하고 있다.>
This is the price and the promise of citizenship. This is the source of our confidence - the knowledge that God calls on us to shape an uncertain destiny. This is the meaning of our liberty and our creed - why men and women and children of every race and every faith can join in celebration across this magnificent mall, and why a man whose father less than sixty years ago might not have been served at a local restaurant can now stand before you to take a most sacred oath.
이것이 바로 미국 시민 됨의 대가이자 약속입니다. 이는 우리 확신의 원천입니다. 이 확신이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불확실한 운명을 개척해 나가라는 소명을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와 신념의 의미를 알고 있음은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두 오늘 이 장엄한 축하 행사에 동참함으로써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60여 년 전 같았으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제대로 못했을 아버지를 둔 한 남자가 지금 여러분 앞에 서서 가장 신성한 선서를 하게 된 사실에서 보여줍니다.
<미국의 흑인차별정책(segregation)중에 흑인은 백인들이 가는 레스토랑에 출입도 허용되지 않은 때를 회상하면서 미국에 진정한 변화가 왔고, 그 변화가 바로 오바마 자신임을 밝히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메시지이다. 미국 건국 초창기에 노예로서 백악관에 들어갔던 흑인이 마침내 백악관의 주인이 된 역사적 의의를 담은 문구이다.>
So let us mark this day with remembrance, of who we are and how far we have traveled. In the year of America's birth, in the coldest of months, a small band of patriots huddled by dying campfires on the shores of an icy river. The capital was abandoned. The enemy was advancing. The snow was stained with blood. At a moment when the outcome of our revolution was most in doubt, the father of our nation ordered these words be read to the people: "Let it be told to the future world, that in the depth of winter, when nothing but hope and virtue could survive that the city and the country, alarmed at one common danger, came forth to meet [it]."
다 함께 오늘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전진해 왔는지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추억해 봅시다. 미국이 건국되던 해(독립 선언을 한 1776년), 혹한의 겨울철에도 독립투사들은 추운 강가의 꺼져가는 모닥불 둘레에 모여 움츠린 몸을 녹였습니다. 수도는 함락되었고, 적군은 몰려오는 가운데, 눈밭이 피로 물든 상황에서, 독립전쟁의 결과마저도 불확실하던 상황 속에서도 우리 건국의 조상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외우며 견뎌냈습니다:”미래를 생각하자. 매서운 한겨울에도 희망과 덕만은 살아남는다는 것을, 독립을 위해서 도시와 농촌에서 봉기하여 목숨을 걸고 싸웠노라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장군이 독립을 위해 혹한을 무릅쓰고 영국군과 결전을 펼친 상황을 영상적으로 그려낸 문구이다. 현재 미국을 있게 한 조상의 얼을 이어받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한 사람들을 ‘애국자’라는 뜻의 단어인 patriots라고 부른다.>
America. In the face of our common dangers, in this winter of our hardship, let us remember these timeless words. With hope and virtue, let us brave once more the icy currents, and endure what storms may come. Let it be said by our children's children that when we were tested we refused to let this journey end, that we did not turn back nor did we falter; and with eyes fixed on the horizon and God's grace upon us, we carried forth that great gift of freedom and delivered it safely to future generations.
미국은 지금 겨울한파 같은 어려운 시기에 닥쳐 있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건국의 조상들이 되뇌던 이 구절을 기억합시다. 희망과 덕을 갖고 한번 더 한파를 이겨내며, 다가오는 폭풍을 견뎌냅시다. 우리가 시험 당할 때에 우리는 그 어려움을 그대로 두지 않고, 좌절하지 않았으며, 저 멀리 지평선만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 굳건히 앞으로 나아갔노라고, 우리 후손들에게 자유라는 위대한 선물을 무사히 전달했노라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합시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단지 그 위기에 직면한 현세대의 문제만이 아님을 상기시키고, 미래 세대들에게 당당하고 떳떳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Thank you. God bless you. And God bles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국민 여러분과 미합중국에 임하시길 기원합니다.
◇ 총평
오바마 대통령 취임 연설은 지난 11월4일 시카고의 대통령 당선 연설처럼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게다가 신선한 느낌을 주는 문구도 많고, 역사적 의의를 지닌 문장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나, 케네디의 취임 연설처럼 머리 속에 뚜렷이 남는 문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취임사의 많은 부분이 현학적(pedantic) 문체로 쓰여졌고, 18분 분량의 긴 내용이어서 한 번 듣고서는 전체를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연설문을 정독해 보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마바 취임 연설은 겸손과 감사를 저변에 깔고 있어서 감동적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경제공황에서 미국 국민들에게 희생과 참여를 호소했듯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결과 협조를 구하는데 설득력 넘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미 국민 모두 책임감을 갖고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쓰자는 논조는 충분히 공감을 끌어내고 결연한 의지를 갖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취임 연설문에서 7 개 핵심 단어(key words)를 꼽을 수 있다. 알파벳 순으로 나열하면, 선택(choice), 용기(courage), 자유(freedom), 겸손(humility), 평화(peace), 약속(promise), 번영(prosperity) 이다.
7개 핵심 단어들을 사용해서 오바마 대통령 취임사를 한 문장으로 압축 표현해 보았다. [미국 국민이 '선택'한 오바마 행정부는 '용기'를 갖고 '자유'를 지킬 것이며, '겸손'한 자세로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약속'을 이행하고, '번영'된 미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편집자 주 : 조명진 박사는 스웨덴 국방연구소와 본 국제군축연구원, 독일국제안보연구원 등에서 방위산업 분석가와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2003년부터 한국인으로는 처음 유럽연합(EU) 집행이사회 안보 전문역을 맡고 있다. 독일 정부의 승인 아래 항공방산컨설팅회사인 '아디아 컨설턴시(ADIA Consultancy GmbH)'를 설립, 유럽과 아시아 방위산업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고 지난해 1월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 새로운 제안'이라는 저서로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명진 박사의 취임사 전문에 대한 번역과 해설은 집필 중인 '하이 휴먼 터치 리더십(High Human Touch Leadership)'을 주제로 한 자기 계발서의 ‘소통능력으로서 문장력의 중요성 ’에 실릴 예정이다.>
<관련 사진 있음>
노창현특파원 robin@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출처 : 뉴시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