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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분의 2 정도 촬영을 끝냈다.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은 거의 끝났지만 감정 신이 모여 있는 세트 촬영이 남아 있어 배우들이 많이 힘들 것 같다. 이 영화는 외형적으로는 스피디한 스릴러지만 내면적으로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형사(차승원)와 아내(송윤아)의 감정에 중심을 두면서 촬영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직접 썼는데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
내가 호러, 스릴러, SF를 워낙 좋아한다. 사실 ‘세이빙 4부작’을 오래전부터 기획해 두고 있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쓴 <세븐 데이즈>가 그 첫 작품인데, 원래 제목이
첫 연출작을 촬영 중인데 벌써 이후 작품까지 모두 정해놓은 것인가?
제작이나 투자가 결정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꼭 연출하게 되지 않더라도 시나리오 쓰는 게 좋으니까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4부작을 연달아 하지 않고, 이번 영화를 끝내고 나서 두 작품쯤 다른 영화를 하고 3부를 할까 생각 중이다.
주인공 이름이 성열, 지연이다. <세븐 데이즈>의 박희순과 김윤진의 캐릭터 이름도 성열과 지연이었다. 똑같은 이름을 사용한 이유라면?
난 영화 제목 짓고 사람 이름 정하는 게 늘 힘들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면 주인공 이름은 항상 다 똑같다. 성열과 지연이 등장하고 좀 희극적 인물은 창기라고 부른다.
<세이빙 마이 와이프>도 가제인데?
처음 탈고했을 때 한글 제목을 못 정했다. 영화의 성격을 더 잘 보여주고, 관객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제목이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
사실 <세븐 데이즈>로 연출 데뷔를 할 뻔했다. 중간에 감독이 교체돼 아쉬움도 크고 그만큼 이 영화를 연출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른 신인 감독과는 다를 것이다. 작은 실수도 크게 보일 수 있고. 사실 초반에는 현장이 두려웠는데 배우와 스태프들이 너무 잘해줘서 이제는 현장을 즐기고 있다. <세븐 데이즈> 때 가장 크게 실패했던 것은 배우와 의견이 다르면 배우를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인물을 창조했으니 내 말이 무조건 옳다는 마인드였다. 하지만 겪고 보니 내가 시나리오를 썼지만, 그 시나리오가 배우에게 가면 배우의 것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난 테두리만 만들어주고 그 안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아마 이 영화가 개봉되면 차승원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코믹 이미지가 강한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정말 몸을 사리지 않는 정극 연기를 펼쳤다.
원래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나?
학창 시절 사진반 활동을 했는데, 한 선배가 곽재용 감독의 <가을 여행>(1992)에서 연출부를 했다. 사진과 영화가 연관성이 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서 <한줌의 시간 속에서>(1993)의 연출부로 들어갔다. 그러다 시나리오를 썼고, 운 좋게 그 작품으로 연출 데뷔를 준비했는데 중간에 엎어지고, 또 연출하려 한 영화가 어긋나는 등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하게 되기까지 10년도 넘게 걸린 셈이다. <세븐 데이즈>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날 믿고 기회를 준 사람, 옆에 있어준 이들이 있어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이빙 마이 와이프>는 스릴러인 만큼 편집의 리듬이 중요할 것 같은데?
보통 스릴러는 대부분 후(後)에 초점이 맞춰진다. 범인이 누구일까, 퍼즐 맞추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열이, 지연이 대체 왜 그랬을까’ 이유(Why)를 생각하며 부부의 진실과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무작정 결승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편집보다 성열과 지연의 감정 신에서는 좀 쉬어가는 리듬이 필요할 것 같다. 안영윤 기자
영화를 좀 늦게 시작한지라 시나리오에 매달리다 보니 현장을 경험할 틈이 없었다. 행운이기도 하고 불행이기도 했다. 워낙에 낙천적이라 걱정은 안 했는데 현장 가니까 장난이 아니었다. 어설프게 현장 경험이 있었다면 안 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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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 마약을 운반하는 마린보이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시나리오는 어떻게 쓰게 됐나.
한 7~8년 전에 시네마테크에서 누아르영화제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개막작이 <길다>(1946)였는데 순간 스탕달 신드롬을 느꼈다. <길다>에 있는 세 명의 주인공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마린보이>의 출발이었다. 지금 보면 영화적인 관련은 희미해져 있는 상태지만 암튼 누아르 영화를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누아르로 출발하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누아르의 숙명을 피하고 싶었다.
강 사장, 천수, 유리, 김 반장까지 캐릭터가 분명하다. 조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영화의 시작이 세 명의 캐릭터와 이들의 관계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그건 절대 놓고 갈 수 없었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서브 플롯은 마약과 마린보이라는 소재, 그리고 김 반장이란 서브 캐릭터까지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가 풍성해진 거고 또 동시에 산만해진 건데, 이런 것들을 배분하고 컨트롤하면서 놓고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게 세 명 관계의 축이다. 이걸 분명히 가지고 가고 싶었다.
축을 분명히 하기 위해 배우들과 어떤 의논을 했나.
일단 어려울 수 있는 시나리오인데 배우들이 쉽게 접근을 해줬다. 배우들은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인지라 너무 분석적으로 들어가면 한없이 어려워한다. ‘이 시나리오 밑에 깔려 있는 게 많은데 숙지하는 동시에 잊어버리자’했다. 배우들이 감지하는 즉물적인 느낌,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천수 캐릭터가 독특하다. 강 사장이나 유리처럼 극적인 욕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의롭거나 영웅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천수가 강 사장의 오른팔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설정하면 좀 쉽게 풀리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근데 그렇게 가고 싶진 않더라. 나는 천수가 이 영화 내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정말 끝까지 타인이었으면 했다. 천수는 그저 내 인생 좀 살게 해달라 그거 하나뿐이거든. 멋있으면 안 됐다. 평범하고 순수한 주인공이 상상치도 못한 세계에 들어와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고 다시 자기의 세계로 돌아오길 바랐다.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어드벤처물 같은 느낌이랄까? 천수가 강 사장이나 유리의 세계에 어울리지 않기를 바랐고,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할 정도로 낯설기를 원했다.
그런 설정이 재미있지만 낯설 수도 있다.
물론 그걸 당혹스러워할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인공이 우유부단하다는 말도 많았다. 근데 그냥 평범한 사람이면 그럴 것 같다. 어떤 치밀한 계획을 짜서 모두를 속이고 통쾌하게 마약을 손에 넣고 이런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에필로그도 단순한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험한 곳에서 고생한 주인공에게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웃음)
곳곳에 유머러스한 코드도 있고 현실 속에 어떤 로망이 끼어든 느낌이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마린보이라는 단어가 가진 낭만성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게 <마린보이>의 골자다. 하나의 현상이나 소재를 놓고 대조적이면서도 다른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 영화 스토리도 캐릭터도 모두 그렇게 비쳐졌으면 했다. 마린보이가 가진 이중적인 느낌이 영화에 계속 있길 바랐다.
낙천적이기 때문에 <마린보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낙천적인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게 있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걸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결국에 믿을 건 내 선택밖에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다.(웃음) 방법은 즐기는 수밖에 없다. 이제 영화가 내 손을 떠났다. 만남도 중요하지만 헤어짐은 더 중요하지 않나. 관객들이 이 영화가 가진 낯설고 당혹스러운 디테일을 편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이유진 기자
▷무서운 신인 감독들이 온다!①-권호영 감독, 박대민 감독
▷무서운 신인 감독들이 온다!②-박희곤 감독, 원태연 감독
▷무무서운 신인 감독들이 온다!④-이호재 감독, 홍지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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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비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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