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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2일이면 '지구의 날(Earth Day)' 40주년이 되건만 지구의 건강상태는 호전될 기미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1970년 미국에서 이날을 지구의 날로 선포했을 때 뒷말이 없지 않았다. 하필이면 러시아 혁명가 레닌(1870~1924)의 탄생 100주년 날짜와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1226)의 생일이기도 해서 의미 있는 날로 여겨졌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며 빈곤 운동을 몸소 실천한 프란치스코는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삶을 추구했기 때문에 기독교 생태신학(ecotheology)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된다. 생태신학은 종교와 자연의 상호관계를 중시하는 신학이다. 인간의 종교적 세계관과 자연 훼손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생태위기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생태신학은 환경 윤리(environmental ethics)에 맞닿아 있다. 환경 윤리는 환경 문제가 과학기술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윤리학을 포함한 여러 학문, 이를테면 신학·사회학·경제학·생태학 등의 관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는 분야이다.
1967년 3월 미국 기술사학자 린 화이트(1907~1987)는 환경 윤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화이트는 '생태 위기의 역사적 기원'이라는 논문에서 성경에 나타나는 자연에 대한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생태 위기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1971년 교황 바오로 6세는 환경 파괴 문제를 거론한 교서를 발표했다. 바오로 6세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스스로 희생물이 될 위험성을 경고하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가톨릭 신자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적 사례로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교황들의 관심사가 마침내 생태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 1990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에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연 파괴에 대한 생태학적 각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담화문은 환경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교회 문건으로 자리매김되었다. 2008년 3월 교황청 기관지에는 환경오염을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죄로 간주하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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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발표 이후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에서도 본격적인 환경 보존 운동이 움트기 시작했다. 그 해 2월 가톨릭농민회가 유기·자연농업 추진을 결정했고, 1994년부터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조직하여 생태계를 보전하는 활동을 펼쳤다. 지난 4월 24일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제1회 '가톨릭 에코 포럼'을 개최했다. 주제 발표에서 유경촌 신부는 "인간 이외의 생명체는 생명도 아니란 말인가?"라고 묻고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연대하여 환경 운동을 전개할 정도로 열려 있다. 1993년 5월 31일 '한국종교인 평화회의'가 주최한 '환경윤리 종교인 선언대회'는 종교인들이 처음으로 힘을 합친 환경연대활동이다. 이 대회는 국내 환경 운동 역사상 최초로 환경윤리 문제를 제기한 모임으로 기록된다. 환경윤리는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 환경 문제가 윤리학 없는 과학기술이나 과학기술 없는 윤리학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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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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