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2, 2009

박지성의 통렬한 왼발 골, '이 악물다'





[오마이뉴스 심재철 기자]
박지성과 루니(왼쪽)의 포옹 장면이 실린 ESPN 누리집(soccernet.espn.go.com) 첫 화면
ⓒ ESPN






역시 좋은 패스는 좋은 결과를 낳는다. 패스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공을 주는 선수만 좋은 기술력을 갖춰서는 안 된다. 이를 받는 선수도 그에 걸맞는 기술력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을 찾아 움직일 줄 아는 머리(brain)가 따라주어야 한다. 한국 축구팬들의 영원한 희망 '박지성'이 그것을 잘 가르쳐주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우리 시각으로 2일 밤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8-200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발끝을 거쳐가는 공의 흐름을 보며



축구 경기 90분 동안 대체로 골이 많이 나와봐야 3~5골 정도인데, 그 하나의 골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하는지 잘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패스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51분, 박지성의 왼발에서 시원스러운 추가골이 나왔다. 지난 3월 7일 풀럼 FC와의 FA(축구협회)컵 방문 경기(4-0 승) 이후 두 달이 다 되어 터진 골 소식이어서 더욱 기뻤으리라. 골을 터뜨린 직후 박지성은 멀리까지 응원 와 준 팬들을 향해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득점 뒤풀이치고는 표정이 조금 경직되어 보였지만 곧바로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펴 올리며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운동 선수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바로 그 순간처럼 보였다.



전반전 25분만에 긱스가 선취골을 넣었을 때는 정말 무덤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박지성에게 달려와 안기며 축하해주는 선수들의 표정부터가 달랐다.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왼쪽 수비수 에브라는 끝까지 어깨동무를 하고 마음껏 우정을 자랑했다.



그 골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만 봐도 박지성의 득점 뒤에 더 많은 찬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리버사이드 스타디움 중앙선에서 공을 잡은 가운데 미드필더 스콜스의 발끝부터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 공은 스콜스와 나란히 가운데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라이언 긱스에게 이어졌고 긱스는 가까이에 있는 골잡이 베르바토프와 짧은 연결을 주고받았다. 그 쪽에 미들즈브러의 수비 시선이 몰리는 사이에 가운데로 이동한 루니가 공을 받아들고 찔러주기의 타이밍을 노렸다. 그 순간 박지성과 눈이 맞은 것이었다.



체격 조건이 좋은 안방 수비수 후트와 휘터 사이를 엇갈리며 지나간 박지성이 훌륭한 두뇌로 빈 곳을 찾았고 그 움직임을 예측하고 찔러준 루니의 감각도 일품이었다. 여기에 상대 문지기 브래드 존스가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마무리까지 이어졌으니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완벽한 골' 바로 그것이었다.



'스콜스→긱스→베르바토프→긱스→루니→박지성' 으로 이어진 공의 연결도 연결이지만 가운데 미드필더부터 시작하여 공격수-측면 미드필더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수들이 정말로 꼭 필요한 몸놀림을 보여주었다는 것도 높게 평가할 만한 부분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뉴캐슬 유나이티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함께 2부리그(챔피언십)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는 약체라 하지만 공의 소유권을 빼앗기지 않고 성공률 높은 패스를 계속 이어나갔다는 점에서 '강팀의 조건'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리그 3연패' 멀지 않았다!



이 쐐기골 덕분에 기분 좋게 승리한 맨유는 34라운드를 끝낸 현재 25승 5무 4패(80점, 63득점 23실점)의 성적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게 되었다. 2위 리버풀 FC와는 승점 6점 차이가 난다.



정규리그 일정은 이제 네 경기 남았지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과 맞물려 좀처럼 한숨을 돌릴 틈도 없다. 이 경기에서 간판 호날두를 벤치에만 앉혀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문지기 판 데 사르와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아예 명단에도 없었다.



이제 맨유는 오는 6일 새벽(우리 시각) 런던에 있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들어가 아스널 FC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방문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 경기가 끝나면 10일 밤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연고도시 맞수 대결이 또 이어진다. 두 마리 토끼 사냥이기에 더욱 신경써야 할 일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주요기사]


☞ 검찰, 권씨 '재소환'으로노무현 압박


☞ 51세 수녀, 국내 첫 신종플루 감염 확인


☞ 이성헌, 박근혜와 만남 주선 대가 수천만원 수수 의혹


☞ 50년 명성 무너뜨린 억만장자의 '부정'


☞ "프로야구, 겉 화려하지만 속은 열악하다"


☞ [엄지뉴스] 뭐? 집이 통째로 이사를 한다고?


☞ [E노트] 노무현이 저녁에 곰탕을 먹든 설렁탕 먹든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 오마이뉴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