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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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하워드 감독에 톰 행크스, 이완 맥그리거 주연. 사실 이것만으로도 '천사와 악마'는 볼 만한 영화다. 여기에 또 하나, 전작 '다빈치코드'에 이은 댄 브라운의 지적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 주로 예수의 핏줄을 집요하게 파헤침으로써 천주교 신경을 몹시 건드렸던 '다빈치코드'와 마찬가지로, '천사와 악마' 역시 교황 선출을 둘러싼 음모에 음모를 덮어씌움으로써 또 한 번 바티칸을 괴롭힐 태세다.
그럼 '천사와 악마'를 소설로 먼저 접한 독자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떨까. 원작에 충실하면 '창의성이 없다'고, 나름 창의성을 발휘하면 '원작의 품위를 저버렸다'고 이래저래 욕먹는 게 원작 있는 영화의 아픔이지만 '천사와 악마'는 원작과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난 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 영화 '천사와 악마'가 원작과 다른 점을 뜯어봤다.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영화 초반부 내용은 비교적 자세히, 중후반부는 개념 정도만 소개했다. '천사와 악마'는 새 교황 선출을 위한 바티칸 콘클라베(선거집회) 하루 동안에 펼쳐진 사건을 다루며, 유력 후보였던 추기경 4명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이들 납치 살해 배후에 '일루미나티'라는 16, 17세기에 결성된 과학자들의 비밀모임이 있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마하 15의 초음속 비행기는 어디로 갔나?
사실 중요한 건 아니다. 원작에 나왔던 초음속 비행기쯤 하나 영화에 안나온다는 게. 게다가 줄거리에 지장을 주는 것도 전혀 아니니까. 그러나 미국 보스톤 공항에서 스위스 제네바까지 단 62분만에 주인공 로버트 랭던 교수(톰 행크스)를 태우고 주파했던 이 초음속 비행기야말로 거대한 스크린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했던 것 중 하나. 더욱이 오후 8시부터 1시간에 한 명씩 추기경이 살해된다고 예고된 상황에서 이 '날쌘돌이' 초음속 비행기의 존재는 그만큼 필수 불가결했다. 그러면 대신 영화에선 뭐가 나올까. 하여간 초음속 비행기는 절대 아니었다.
처음 살해된 건 누구?
소설은 세계 최대의 과학연구소인 유럽원자핵 공동연구소(CERN)의 천재 물리학자 레오나르도 베트라가 암살자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슴에는 'ILLUMINATI'(일루미나티)라는 낙인이 찍혀진 채. 그가 개발한 강력한 에너지원 겸 폭탄인 '반(反)물질'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사람은 여주인공 비토리아 베트라의 양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죽은 사람은 비토리아의 아버지가 아니라 같은 CERN 동료 물리학자 실바노였다.
론 하워드 감독은 왜 콜러 박사를 없앴나?
소설에서 콜러 박사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 CERN의 총책임자로서, 로버트 랭던 교수에게 레오나르도 베트라(영화에서는 실바노) 살해사건과 거의 400~500년만에 일루미나티가 부활했음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랭던 교수에게 암호 해독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머나먼 스위스땅으로 불러들인 주인공이라는 것. 소설 막판의 엄청난 반전도 바로 이 콜러 박사가 터뜨려버린다. 그러나 영화에선 콜러 박사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론 하워드 감독은 대신 그의 역할을 여러 등장인물에게 골고루 분배, 소설과 똑같은 반전을 이뤄내는데 성공했으니 그리 실망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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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은 또 왜 바꿔치기 했을까
'천사와 악마'에서 낙인의 의미는 무척 중요하다. 1668년 교회가 자신들의 권위와 진리 독점에 도전했던 일루미나티 과학자 4명에 십자가 낙인을 찍어 죽인 점도 그렇고, 현대의 암살자가 이를 그대로 모방해 추기경 4명을 낙인 찍어 죽이려 한 점도 그렇다. 그리고 이 현대판 낙인에는 세상의 4요소라 불리는 'EARTH' 'FIRE' 'AIR' 'WATER'가 앰비그램 형태로 새겨져있다. 앰비그램이란 뒤집어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문자로, 고대 기호학의 전설이자 일루미나티의 상징이다. 영화나 소설이나 모두 'ILLUMINATI'를 포함해 총 6개의 낙인이 등장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마지막 하나의 앰비그램 낙인이 모양에서 차이가 있어 아쉽다. 소설에 등장한 마지막 앰비그램이 워낙 멋졌기 때문.
또 뭐가 달라졌을까
이밖에 영화와 소설은 교황의 집사였던 궁무처장(이완 맥그리거)의 위기탈출 방식과 교황과의 관계, 궁무처장이 일루미나티로 지목한 사람, 비토리아 베트라(아예렛 주어)와 로버트 랭던의 멜로라인 강도, BBC 기자들의 주제넘을 정도의 맹활약, 결국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은 후 새 교황으로 선출되는 사람, 반전의 키를 던져준 핵심인물과 그 방식, 피도 눈물도 없는 암살자의 국적, 미디어 전광판의 활약상, 바티칸 경찰관 2, 3 명의 이름 등등이 다르다. 또한 일루미나티가 숨겨놓은 싯구절이 적힌 고문서 종이의 재질 차이, 바티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예민한 주제에 대한 과감한(소심한?) 삭제, 로버트 랭던 교수가 비밀을 해독하고 행동하는 속도의 차이 등도 눈에 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는 종교, 특히 교황을 정점으로 한 천주교의 현대적 의미, '과학은 정말로 신을 대체할 수 있는가', '빅뱅은 과연 창세기의 천지창조에 비견될 만한가' 따위의 심오한 자문자답을 하게 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것. 영화는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스피드하게 담아야 하는 만큼,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 이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그래도 로버트 랭던 교수의 귀여운 미키 마우스 손목시계, 바티칸 경찰들이 타고다니는 알파 로메오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로버트 랭던 교수가 일루미나티를 추적해가는 과정과 이에 맞물린 추기경 4명의 살해 장소 등 거시적인 것은 영화 역시 매한가지로 소설만큼이나 충실히 묘사했다. 특히 콘클라베가 시작되는 순간 울려퍼지는 장중한 음악과 노래, 성 베드로 성당과 광장, 시스티나 성당, 산 피에트로 성당과 나보나 광장,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등 로마와 바티칸의 멋진 풍경은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보너스. 무엇보다 소설 읽는 내내 그 형상이 궁금했던 반물질의 형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일부 관객은 행복할 듯.
해서 결론은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코드'처럼 영화부터 보고 시간이 되면 원작소설을 읽으시라는 것! (참고로 '왓치맨'이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용의자 X의 헌신' 등은 원작 그래픽노블이나 TV판, 소설부터 보고 영화를 보는 게 훨씬 낫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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