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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서 폐쇄공포증 환자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받으며 원통 안에서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사라질 날이 멀지않았다. 환자가 SF영화에 어울릴 듯한 헬멧을 쓴 채 기존의 MRI 장치보다 훨씬 정밀한 뇌 영상을 직접 보면서 진료 받는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4일 미국 방송 ABC 온라인 판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연구진은 최근 ‘뇌 바가지(Brain Bucket)’로 불리는 MRI 장치(사진)를 선보였다. 이 기계는 센서와 코일로 뒤덮여 있어 우주인의 헬멧을 연상케 한다. 환자가 이 헬멧을 쓰면 기존의 MRI 기계보다 10배 빨리 영상을 얻을 수 있다. 1초가 아쉬운 뇌졸중 환자에게는 생사를 결정짓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
바가지를 개발하는 데 참여한 브루스 로젠 MGH 핵자기공명센터 소장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하다 10메가 픽셀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할 때처럼 해상도가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더 매력적인 것은 자신의 MRI 영상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뇌를 생생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는 바가지를 쓴 환자에게 뇌의 단층별로 미세한 부분까지 보여주면서 병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다.
이 장치의 핵심은 96개의 금속 코일인데 각 코일이 뇌의 각각 다른 부분에서 영상 신호를 받아들이고 이 영상들이 조합돼 하나의 종합적인 영상을 이루게 된다. 기존의 MRI는 2~12개의 코일을 사용했다.
MGH의 로렌스 왈드 박사는 이웃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발간하는 ‘기술리뷰지’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감지기는 효과적이지만 아주 작은 부위만 제대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 감지기들을 덕지덕지 붙이다보니 바가지 같은 모양이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영상은 전체 뇌에서부터 미세혈관까지 세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뇌졸중, 뇌종양, 간질, 치매 등의 진단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간질은 환자의 3분의2가 조기진단에 실패해 병이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한다. 치매도 초기에 발견하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뇌종양을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로젠 박사는 “편안하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면서 “헬멧을 쓰면 약간 죄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진단 중에 잠들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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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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