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4, 2009

구글 어스, 일(日) 과거 천민 거주지 표시해 '물의'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Google Earth)'가 일본이 금기시하는 과거사를 건드려,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일본 에도(江戶·17~19세기)시대에 제작된 지도를 '겹쳐보기(layer)' 서비스에 추가했다. 이 지도엔 당시 최하층 천민으로 분류되던 이른바 '부라쿠민(部落民)'이 살던 곳이 표기돼 있었다. 따라서 봉건시대의 이 지도와 현재 지도를 겹쳐서 보면, 수백년 전 부라쿠민이 살았던 지역이 지금 어디인지를 콕 집어낼 수 있다.

부라쿠민은 '에타(穢多)', 즉 '더러움이 많은 직업'인 가축 도살·피혁 가공 등에 종사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천민 폐지령이 내려졌으나 이들을 멸시하는 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3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후손 중에는 결혼이나 취업 때 천민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자신의 소속 회사를 밝히기 거부한 한 일본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가 부라쿠민 후손이라는 의심이 들면 반드시 신원조회를 해서 확인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부라쿠민이 살던 주소가 정확하게 밝혀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더러운 주소'라며 여러 게시판에 주소를 올렸다. 인권단체인 '부라쿠자유연맹'의 도루 마쓰오카 사무총장은 지난달 법무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부라쿠민 거주지가 표시된 민감한 지도를 아무런 역사적 설명 없이 게시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2주 후 구글은 거주지 표시를 슬며시 지웠다. 일 법무부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사이버스페이스법센터의 데이비드 베일(Vaile) 소장은 "구글은 새 기술을 알려 광고수입을 올리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사회적 책임에는 무심하다"고 비판했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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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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