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5, 2009

교통사고 상해 환자에 대한 의료진 검사의무의 범위는?







대외법률사무소 유승민 변호사

[쿠키 건강칼럼] A는 음주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차량 앞부분으로 신호등을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켜 복부 등에 상해를 입고 응급실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A의 입원 직후 심전도 모니터링, 동맥혈 가스분석, CT 검사 등을 시행하고, 비록 A가 복부의 통증을 주로 호소하고 있었으나 교통사고로 부상한 점을 감안해 두부전산화단층촬영(Brain CT) 검사를 시행하려 했다.

그러나 A는 술에 만취하여 촬영을 거부한 채 소란을 피웠고, A의 가족들조차 Brain CT 검사는 술이 깬 후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B병원 의료진은 검사를 위해 A가 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복강 내에 혈액이 저류되는 양상을 보여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고, 당시 B병원에는 외과의사가 부재중이었으므로, B병원 의료진은 구급차량에 의료진을 동승시켜 A를 인근 C병원으로 전원시켰다.

C병원 의료진은 A의 전원 후 진찰, 흉부 엑스레이 촬영, 복부 및 골반 CT 검사를 통해 비장 열상 및 장천공을 진단해 응급수술을 시행했고, 곧 A를 중환자실로 옮겨 수술 후 처치를 하다가 5일 후 일반외과 병실로 옮겨 치료를 계속했다.

그런데 A는 C병원으로 전원 된 지 약 한 달 후 의식이 흐려지는 양상을 보였고, 응급으로 Brain CT 검사를 시행한 결과 뇌실질내 출혈로 인해 우뇌에 혈종이 형성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A는 이밖에도 뇌압상승, 언어상실증, 좌측 근력약화 등과 같은 뇌신경손상을 시사하는 임상증상을 나타냈고, 다시 응급으로 정위혈종흡인술을 시행 받았으나 현재 심한 정신지체 상태에 처한 채 좌측 편마비와 운동실어증 증세로 일상생활 동작 장애, 보행 장애 등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A의 가족들은 과연 어느 병원에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위 사안과 유사한 소송에서 법원은 B병원 의료진의 책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B병원 의료진은 교통사고 후 내원한 A가 주로 호소하는 복부통증과 관련한 CT촬영검사를 실시했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후 흔히 동반될 수 있는 두부 손상의 가능성을 염려해 Brain CT 검사도 계획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는 A의 강력한 수술 거부와 술이 깬 후 검사 받기를 원하던 가족들의 요구로 연기되다가 A의 응급수술을 위한 전원으로 인해 실시되지 못했다.

그런데 A에게는 B병원 내원 당시만 해도 명백한 두부 외상의 흔적은 없었기 때문에, Brain CT를 거부하는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가며 강제적으로 검사를 실시해야 할 정도의 급박성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은 B병원 의료진에게는 A에게 Brain CT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떠한 과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록 B병원 의료진은 A를 C병원에 전원시키면서 그 전원소견서에 두부손상에 대한 검사의 필요성을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소속의사가 동행한 자리에서 C병원 의료진에게 자신들의 치료계획을 충분히 구두로 설명했음을 인정할 수 있고, C병원으로서도 독자적으로 진단계획을 수립해 검사를 시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들어, B병원 의료진의 전원 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 역시 부정했다.

다음으로 법원이 C병원 의료진에 대해 인정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C병원 의료진은 전원 직후의 A를 진찰한 결과, 복부 및 골반 CT 검사 결과 비장 열상 및 장천공이 발생한 것을 진단하여 응급수술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A는 두부외상의 흔적 없이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두통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한편, C병원 의료진은 A가 수술 후 16일 째에 간헐적인 두통을 호소하자 이를 긴장성 두통으로 진단하고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지속적으로 투여했다.

그 후에도 C병원 의료진은 발열과 빈맥증상을 보이며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A에 대해, 이를 복강 내 염증으로 판단, 복부초음파를 실시한 후 항생제를 변경 투여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A는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열, 빈맥, 오심, 구토 증상마저 호소하게 됐다.

그러나 C병원 의료진은 여전히 이러한 증상에 대한 대증적인 조치만 취하였을 뿐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Brain CT 혹은 MRI 촬영 같은 검사를 실시하지는 않았다. 결국 A는 수술 후 한 달 가량이 지난 후 수면을 취한 이후 의식이 흐려지는 양상을 보였고, 그제 서야 C병원 의료진은 A의 두개내출혈을 의심하여 Brain CT를 촬영했다.

그 결과 A는 뇌실질내 출혈에 의한 혈종으로 인해 뇌압이 상승해 있는 상태였고, 뇌의 정중선마저 좌측으로 편위돼 있음이 확인됐다. A는 응급으로 정위혈종흡인술을 시행 받았으나 심한 정신지체 등의 장애에 처하게 됐다.

법원은 A에게 나이에 비해 이른 시기에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교통사고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위 뇌출혈은 교통사고 후의 혈압상승 등 이차적인 원인에 기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심복부에 위치한 비장이 파열될 정도로 심각한 충격을 몸 전체에 받았고, 특히 비장파열로 인한 복강 내 출혈과 혈종 제거를 위한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혈압상승이 유발됨으로 인해 미세뇌혈관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나, 동반된 뇌부종으로 인해 혈관이 압박돼 사고 직후에는 뇌실질내 출혈이 발생하지 않다가 뇌부종이 감소한 수술 후 16일 째 이후 특정 시점에 지연성 외상성 뇌실질내출혈이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그러한 후 그에 따른 오심, 구토, 두통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C병원 의료진은 A에게 확연한 두부외상의 흔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A의 두부외상의 가능성을 전혀 예견하지 아니한 채 이를 복부 수술 후 나타나기 쉬운 증상으로 간과해 Brain CT나 MRI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만연히 두통약 등으로 대증적 처치만 함으로써 A에게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장애를 초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C병원 의료진에게 위와 같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지연성 외상성 뇌출혈의 경우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게 된다는 점이나 A가 스스로 주취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이 사건 상해를 초래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C병원 의료진의 배상 책임을 30%의 범위 내에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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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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