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24, 2009

[Why][이인식의 멋진 과학] 대대로 가난한 사람들







궁핍한 어린 시절 스트레스 뇌기능 발육에 악영향 줘 중산층 자녀와 경쟁서 불리

가난이 대물림돼 서러워하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부자의 자손들이 잘사는 것이야 문제 삼을 일이 아니지만 가난한 부모를 둔 탓에 평생 동안 밑바닥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면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학자들은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이 가난하게 사는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론'(1867)에서 가난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가 자신의 보수를 능가하는 가치를 생산하고서도 이 잉여가치를 자본가에게 착취당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1959년 미국 인류학자 오스카 루이스(1914~1970)는 '빈곤의 문화(culture of poverty)'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루이스는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은 사회적 요인보다는 개인이 속한 집단의 문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의 어느 이론도 완벽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론이 인지신경과학자에 의해 발표되었다. 인지신경과학은 지각, 언어, 기억, 학습과 같은 인지 기능이 뇌의 신경회로에서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분야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마사 파라는 어린 시절 가난이 인지 능력의 발달을 저해하여 성인이 된 뒤 사회경제적 지위(SES)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2006년 '뇌 연구(Brain Research)' 9월 19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파라는 궁핍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중산층 자녀보다 용량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작업 기억은 장기를 둘 때 말들을 움직이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당면한 과제와 관련된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다. 작업 기억은 언어의 이해, 읽기,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능력이다. 파라에 따르면 가난한 어린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뇌가 제대로 발육하지 못해 어른이 되어서도 중산층 가정 출신과의 경쟁에서 패배하여 결국 사회경제적으로 하위 계층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라의 획기적인 연구결과는 코넬대의 게리 에반스와 미셸 샘버그에 의해 이론적 타당성이 확인됐다. 두 사람은 가난한 어린이들의 뇌 기능 발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혀내기 위해서 백인 남녀가 엇비슷하게 섞인 19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실험 대상자들이 평생 동안 받는 스트레스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혈압, 비만, 스트레스 호르몬 등을 조합한 지수의 값을 측정했다. 이 지수의 값이 비싼 사람은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중산층 가정 출신보다 이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작업 기억의 용량 역시 차이가 났다. 중산층 출신의 작업 기억은 평균 9.4건을 보유하지만 빈곤층 출신은 8.5건에 머물렀다. 두 가지 연구결과에서 가난한 사람은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작업 기억이 손상당한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2009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 3월 30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난이 대물림되는 까닭은 어린 시절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회 밑바닥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대대로 가난한 서민들이 스트레스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장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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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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