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에 파견돼 인플루엔자 위기 대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기동(46) 보건복지부 과장. |
WHO 파견 박기동 과장
"이제 시작일 뿐, 6개월이상 갈수도"
"WHO(세계보건기구)는 돼지인플루엔자(SI)가 6개월 이상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에 파견돼 인플루엔자 위기 대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기동(46) 보건복지부 과장은 28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SI사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과장은 "멕시코의 불이 꺼지려면 아직 멀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6개월 갔는데 이번 SI는 그 이상 갈 것으로 WHO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이번 사태는 장기전(長期戰)으로 생각한다"며 "이곳 요원들에게 체력 관리를 잘해서 절대 지쳐서 나가떨어지면 안 되고, 허둥대지 않고, 상황을 미리 예단하지 말며, 항상 객관적으로 대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SI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자 WHO 본부 지하 벙커에 자리 잡은 '신종 인플루엔자 위기대응 센터'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곳은 전세계 140여 개 WHO 지역 사무소에서 올라오는 전염병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이는 곳으로, SI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는 '지구 사령부'인 셈이다. 의사인 박 과장은 2년 전부터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인플루엔자 발생을 감시하고 즉각적인 방역 대책을 수립하는 일을 맡고 있다.
"SI가 전 지구를 휩쓰는 대유행(pandemic·팬데믹)으로 가느냐"고 묻자 박 과장은 "그 문제로 여기는 초긴장 상태"라며 "낙관도 비관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만 사망자가 나왔고, 미국 환자 거주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전파력이 그렇게 세지 않다는 낙관적인 면인 반면, 멕시코에서 계속 환자가 늘어나고 감염자가 여러 대륙에서 생기는 것은 불안한 조짐이라는 것이다.
WHO의 벙커에는 30여 명의 방역·역학(疫學) 전문가들이 돌아가면서 24시간 긴급 대응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사스' 파동을 경험했던 각국의 전문가도 불러들이고 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모든 대외 일정을 취소하고 제네바에 머물며, 벙커에서 올라오는 전세계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이곳 위기 대응 센터는 '사스' 파동 후 고(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2006년 작고)이 만들었다. 센터 간판에는 이 총장의 이름이 적혀 있고, 내부에는 초상화도 걸려 있다.
이곳 요원들은 벙커 한쪽 벽 대형 모니터에 '구글 어스(earth)' 세계 지도를 띄워 놓고 SI가 새로이 발생할 때마다 그 지역을 붉게 칠해 파급 경로를 시시각각 주시하고 있다. 또 각국의 환자 발생 현황과 검사 진행 상황이,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삼성전자 PDP 모니터에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박 과장은 전했다. WHO의 전산시스템이 고장 나도, 이곳의 컴퓨터만은 별도로 작동되도록 설계됐다. 그는 "WHO는 치료제 '타미플루'를 500만 명분 확보하고 있다"며 "만약을 대비해 타미플루 제조 특허를 갖고 있는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 등과 생산 라인을 풀가동할지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다는 얘기다.
그는 "감염 잠복기가 1주일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주가 대륙을 넘나드는 '대유행'으로 갈지 1차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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