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강찬수]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는 조양강과 동남천이 만나 동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이다. 이곳에서 3~4일 제3회 동강할미꽃 축제가 열렸다. 전국에서 1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외지에서 온 사진전문가들은 보라색 동강할미꽃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접근하기 힘든 곳은 주민의 도움을 받았다. 또 어린이 글짓기, 그림 그리기, 민간 설화 들려주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행사의 핵심은 동강할미꽃 옮겨 심기였다. 주민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기른 동강할미꽃 250포기를 마을 인근의 가파른 석회암 바위틈에 심었다. 이 꽃은 동강 주변에서만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다. 일반 할미꽃과 달리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바위틈에서 하늘을 향해 여러 개의 꽃대를 뻗는다. 인공증식이 잘 되는 편이며 석회석 알칼리성 토양에서만 제대로 열매를 맺는다.
2007년부터 매년 봄 주민들이 주도해 동강할미꽃 축제를 연다. 이 지역의 대표적 자원, 즉 깃대종이 됐다.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생태계를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동식물을 말한다.
동강할미꽃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식물사진가 김정명(64)씨 덕분이다. 김씨는 1997년 봄 차를 타고 지나가다 우연히 사진을 찍었고 98년 꽃 달력에 실었다. 지난해 작고한 식물학계 원로 이영노 박사가 2000년 이름을 붙이고 국제 식물학계에 보고했다.
꽃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사람이 몰렸다. 사진 촬영하면서 꽃을 밟거나, 몰래 캐가는 일이 잦았다. 이슬을 머금은 꽃을 찍는다며 자동차 세제를 분무기로 뿌리는 사람도 있었다. 서식지가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귤암리 주민 18명이 2005년 11월 동강할미꽃보존회를 만들었다. 이 모임 총무 서덕웅(63)씨는 “서식지 근처에 텐트를 치고 비바람을 맞으며 지켰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2006년 봄 씨앗을 받아다가 비닐하우스에서 기르기 시작했다. 2007년 봄에는 1200포기, 2008년 봄에는 3000포기, 올봄에는 1만2000포기로 늘렸다.
주민들은 축제기간 중에 꽃을 서식지에 옮겨 심고, 관광객이나 전국 식물원에 판매한다. 이곳은 생태계보전지역과 자연휴식지로 지정돼 있어 개발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 꽃 판매 수익금은 생계에 보탬이 된다. 바위틈에서 자란 동강할미꽃은 길이가 10~15㎝지만 화분에 재배하면 5~6배 크게 자란다.
이웃 영월군도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동강할미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월군 농업기술센터 이용순(47) 계장은 “10년 전부터 종자를 받아다 증식하고 있다”며 “2007년부터 해마다 1000포기씩 영월읍 문산2리에 옮겨 심고 있고, 일부는 농가에 분양했다”고 말했다. 농가에서는 꽃대 숫자에 따라 화분당 3000원에서 5만원까지 받고 있다.
인기를 끌자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달 말 주민 60명을 감시원으로 임명해 동강할미꽃 지키기를 지원하고 경고판을 세울 예정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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