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8, 2009

<새책>‘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





소설가 김훈은 소방차가 달려가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된다고 쓴 적이 있다.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구원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의 저자 로버트 풀검도 신작에세이 ‘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What on earth have Idone??랜덤하우스)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다.
“나는 한밤중에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내 집앞을 지나가는 것이 좋다. 그것은 안전의 소리이다 다섯 블록 떨어진 곳에 소방관들이 항시 대기하면서 나를 보호해 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푹 잠이 든다”

그렇다면 소방소 가까이 있는 집값은 어떨까. 상식적으로 다른 곳보다 못할 게 뻔하다. 게다가 초등학교가 코 앞이라 늘 복잡하고 수선스럽다면. 그런데 풀검에게는 그런 주변환경이 축복이다.

84편의 글들은 생활속에서 경험한 하나의 작은 일이 모티브가 돼 생각의 꼬리를 만들어낸다. 자잘한 얘기지만 거기서 건져올리는 통찰은 깊다. 아침식탁의 소금, 양말, 하수구 등 그냥 특별히 눈여겨 보지 않는 것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만들어내는 생각의 충돌과 활기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풀럼의 얘기는 재미있다. 그가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하고 유쾌해 금세 전염된다. ‘비가환 초대칭 장이론의 코니시 비정상과 완전한 슈퍼퍼텐셜’ 처럼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물리학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이유, 그리스부부가 낳은 첫 아기를 보고 “보톡스 맞은 윈스턴처칠 같다”든지, 쥐며느리를 잡아 친구들과 벌인 곤충올림픽 얘기는 삶의 유쾌한 방식의 한 전형을 보는 듯하다.크레타에서 반나체로 조깅하면서 벌어진 문화의 차이에 의한 해프닝은 압권이다.

그가 크레타에서 생활하면서 찾아낸 그곳 사람들의 웃음의 미학은 음미해볼 만하다. ‘아스베스토스 게로스’라고 부르는 맹렬하고 반항적인 웃음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불을 이기는 웃음’. 웃는 사람은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단지 웃어넘기기만 할 얘기는 아니다.

그의 유쾌함은 한편으론 상상력의 산물이다. 놀 줄 아는 사람, 아이들과 이야기 하는 법, 이웃들이 사는 법, 파리의 죽음을 명상함 등 유머와 재치가 놀랍다.
어떤 대목은 ‘이건 내 얘긴데’ 싶게 무릎을 탁 칠 만한 것들도 있다.
오는 차도 경찰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다면 빨간불 횡단보도앞에서 어떻게 할까. 흔히 아무런 거리낌없이 길을 건너기 마련이다. 바보들이나 규칙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을 혼내는 방식은 동서고금을 통해 비슷하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하느님 맙소사,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니?”“너 이제 어떻게 할래?" 그는 이 세마디에 진리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어린시절 엄마의 이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만 풀검은 이제 자신에게 묻는다. ‘도대체 뭐하는 거니?’

풀검이 일상을 바라보는 눈은 특별하다. 이는 대상에 대한 편견없는 애정에서 나오는듯 하다. 그래서 웃음은 억지스럽지 않고 원초적이고 편안하다.
그가 인생을 같이 여행하는 이들에게, 때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다는 것의 깊고 복잡한 신비로움에 대해 들려주며 인사를 건넨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이라는 작은 배를 여러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데로 데리고 가는 나만의 방식이다. 여러분들, 모두 안녕하시지요?”

이윤미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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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헤럴드 생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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