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1, 2009

계속되는 박수와 환호...역시 엔니오 모리꼬네!











5월 26일, 엔니오 모리꼬네는 빠르고 곧게 걸었다.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마에스트로는 튜닝을 끝낸 헝가리의 기요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단 몇 분간의 코러스를 위해 벌써부터 도열하고 있는 극동방송 윤학원 코랄 합창단 앞 지휘자의 자리에 섰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향한 곳은 앞으로 펼쳐질 110분간의 공연을 앞둔 기대감,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기꺼이 받아들인 거장에 대한 존경에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한껏 허리를 숙여 인사할 때, 신경질적이던 표정은 공연에 대한 흥분이 가득한 기쁨으로 누그러진다. 이윽고 100여 개의 악기와 100여 명의 목소리가 내는 황홀한 소리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공연은 ‘엔니오 모리꼬네 시네마 콘체르토 Part II’라는 이름으로 정해졌다. 공연 레퍼토리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오리지널 공연 사운드트랙과 동일하다. 즉,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그것과 아주 똑같은 무대가 내한 공연으로 기획되었다. 프로그램과 악기 편성, 편곡 역시도 엔니오 모리꼬네가 창안한 완벽의 경지를 현재의 시간에 완전히 풀어놓을 따름이다. 전문 공연장이 아닌 환경에서의 음향이 주는 갑갑함만이 아쉬움일 뿐, 관객들은 소리의 거리를 넘어선 엔니오 모리꼬네의 소리 그 자체에 탐닉하고 있다. 어떤 곡들은 고전적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수잔나 로가치, 그리고 합창단 편성에 맞도록 어레인지되었고, 어떤 곡들은 재즈 드럼과 퍼커션, 일렉트릭 베이스, 신디사이저와 어울리도록 어레인지되기도 했다.

1막에서는 ‘Life and Legend’로 명명된 첫 세션에서 <언터처블>의 주제곡 ‘The Untouchables’,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대표곡 메들리인 ‘Once upon a Time in America Medley’와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The Legend of 1900’이, 두 번째 ‘Scattered Sheets’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탈리아 영화와 그 음악들인 의 ‘H2S’, <시실리안 패밀리> 중 ‘The Sicilian Clan’, <어느 날 밤의 만찬> 중에서는 ‘Love Circle’ ‘Uno Che Grida Amore’, <막달레나>의 ‘Come Maddalena’가 연주됐다. 관객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던 세 번째 세션인 ‘The Modernity of Myth in Sergio Leone’s Cinema’에서는 <석양의 무법자>의 타이틀곡인 ‘The Good, The Bad, The Ugly’,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석양의 갱들>의 ‘A Fistful of Dynamite’, <석양의 무법자>의 ‘The Ecstasy of Gold’를 들려줬다.

그리고 15분간의 인터미션. 관객들은 저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공연을 보게 된 기쁨, 놓치지 않았다는 안심을 나누며 장내를 포만하게 했다. 곧이어 또 다시 박수와 환호 속에 시작된 2막은 ‘대림 鮮 어묵’ CF 삽입곡으로 더욱 친숙한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 중 ‘Chi Mai’로 시작됐다. 그리고 이어진 곡들이 <시네마 천국>의 ‘Cinema Paradiso’(Main Theme & Love Theme)와 <말레나>의 ‘Malena’, <1990년>의 ‘Novecento’였다. ‘Tribute to: Mauro Bolognini’에서는 마우로 볼로니니 감독을 기리며 <고대의 계단 아래> 중 ‘Per le Antiche Scale’와 <상속>의 ‘L’eredita’ Ferramonti’를 공연했다. 그리고 ‘지금의 엔니오 모리꼬네를 있게 한’ <미션>이 찾아왔다. 마지막 세션이었던 ‘The Mission’에서는 ‘Gabriel’s Oboe’ ‘Falls’ ‘On Earth as It is in Heaven’이 연주되며 잊기 힘든 음악적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은 끝났지만 관객은 떠나지 않고 모두 기립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도 합창단도 무대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몇 분간의 박수의 홍수 속으로 엔니오 모리꼬네가 다시 등장했을 때 박수 소리는 더욱 커졌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전쟁의 사상자들> 중 ‘Casualties of War’, <석양의 무법자> 중 ‘The Ecstasy of Gold’, <번!>의 ‘Abolisson’를 앙코르 곡으로 택했는데 이 곡들이 그야말로 공연의 대미이자 백미였다. 마음을 가득 채웠던 공연이 끝났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빠르고 곧게 걸어 나갔다. 또 언제 엔니오 모리꼬네의 공연을 보게 될까. 여든 살의 거장은 여전히 곧게 서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쉴 틈이 날 때마다 어김없이 곡을 쓴다. 다음 내한 공연에서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또 다른 히트 넘버가 추가돼 있을 것만 같다.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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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①]웨스턴 음악의 진화

[엔니오 모리꼬네②]다양한 영화와 만난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③]영화음악을 넘어 공연으로

이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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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비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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