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3, 2009

[시론 6월 4일] 대학 구조조정의 방향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병은 공교육 부실과 사교육 창궐, 그리고 전체가 과도하게 몰입하는 대학입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생들은 입시피로로 인한 나태함에 빠지고, 대학도 기존 서열구도에 안주하고 있어 국제경쟁력이 극히 취약한 형편이다.

최근 정보공시 및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교육 역량강화사업,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지원프로그램으로 '좋은 대학 만들기' 경쟁이 나타나는 등 고무적인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된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대학경쟁력 순위에서 조사대상국 57개국 중 51위에 머무르고 있고, 두뇌유출(brain drain)과 유학적자 역시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편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신입생을 70%도 채우지 못한 곳이 20여 개에 달한다. 올해 전북의 A대학은 모집인원 2,070명의 22.1%인 447명만 충원했고, 경북의 B대학도 신입생 충원율이 28.2%에 불과했다. 대학이 신입생을 못 받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대학입학 연령인 18세 인구는 2011년 69만1,000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엔 40만4,000명으로까지 줄어든다는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부는 대학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대학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실 사립대학의 합병과 폐교 등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학선진화위원회는 6월 초까지 부실대학을 판정하는 평가지표를 만들고, 현지 실태조사를 거쳐 11월엔 퇴출 대상대학을 판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립대학은 물론이고 국립대학 구조개혁의 당위성과 방향에 대한 합의기반이 취약해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국공립대-사립대, 수도권대학-지방대학, 일반대학-전문대-특수대를 망라하는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의 청사진과 이를 위한 종합적인 재정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다수 대학과 교직원은 저마다 이해관계 변화에 불안해 하며 현상안주 내지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차원의 의사결정구조 및 정책수립체계를 볼 때 행정부, 의회, 전문가를 포괄하는 구조개혁의 구심력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올바른 구조조정 방향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국립, 사립대학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하여야 한다. 국립대학은 제휴-연합, 통ㆍ폐합, 법인화 등 기존에 정책과 병행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사립대학은 시장기제에 의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제도정비와 행정 및 재정적 지원방안과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이라는 낡은 틀을 깨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사립대학은 정확한 정보공시를 통한 수요자의 선택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법인 해산시 잔여재산 일부를 사회복지법인이나 공익법인에 출연할 수 있는 특례 허용 등 다각적인 퇴출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구조조정 추진은 교과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민간부문의 대학협의체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구조조정이 대학평가 및 인증제도, 정보공시제 등 대학교육과 연구의 질 관리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과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연계하여 부실대학에 대하여는 교육역량강화사업, 광역경제권 거점대학 육성 등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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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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